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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식의 2번출구] 역무자동화설비, 무조건 갖춰야 하나요?

편리하지만 소규모 노선에는 걸림돌…과감한 생략도 필요해

박장식 객원기자 | 기사입력 2020/12/17 [09:33]

[박장식의 2번출구] 역무자동화설비, 무조건 갖춰야 하나요?

편리하지만 소규모 노선에는 걸림돌…과감한 생략도 필요해

박장식 객원기자 | 입력 : 2020/12/17 [09:33]

= 매월 15일과 30일, 철도와 관련된 비사를 꺼내는 <박장식의 2번 출구> 연재가 진행됩니다. 국내는 물론 해외의 철도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통해 미래의 철도 정책 등에서 배울 점, 또는 타산지석으로 삼을 점이 있는지 살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

 

[철도경제=박장식 객원기자] 지하철과 같은 도시철도가 개통할 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 있을까. 가장 먼저 차량과 선로, 그리고 기차역을 꼽는 사람들이 많을 테다. 하지만 이러한 도시철도가 이른바 ‘일반열차’와 구별되는 가장 중요한 장치인 ‘개찰구’로 알려진 자동개집표기나 ‘자동발매기’ 등과 같은 시설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자동개집표기나 자동발매기, 회사와 역 등에서 운영하는 정산기 및 전산 장치를 통틀어 ‘역무자동화설비’라고 이야기한다. 우리가 표를 끊지 않고도 쉽게 교통카드로 열차에 오르는 것도, 교통카드를 잊었을 때 역무원의 도움 없이 표를 뽑고, 개찰구에서의 표 검사도 사람의 도움 없이 하는 것도 역무자동화설비 덕분이다.

 

하지만 이러한 역무자동화설비가 대도시가 아닌 지역에서의 광역전철 추진 등에서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하곤 한다. 이러한 설비의 비용이 많게는 열차 서너 량을 더 구매할 수 있는 규모이다 보니, 예비타당성 조사 등에서 이러한 구축 비용과 유지비가 마이너스로 작용하는 사례도 나온다.

 

◆ 통근열차와 광역전철, 사이에 ‘중간’이 없다

 

▲ 통근열차의 모습. 일부 지역에서는 광역전철의 역할을 수행하기까지 했다.  © 박장식 기자

 

역무자동화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철처럼 운행했던 시스템이 없지는 않다. 이미 한국철도공사에서 일부 구간에 운행하고 있는 통근전철이 그것. 하지만 통일호를 계승하면서도, 전철과 비슷한 저렴한 가격에 서로의 지역을 잇는 역할은 점점 광역전철이 수행했다. 당장 경원선과 경의선 일대가 전철로 바뀌었고, 부산 동해남부선의 동서통근열차도 광역전철이 되었다.

 

하지만 그런 광역전철을 세울 만한 충분한 인프라가 없는 지역은 통근열차가 운행을 그대로 중단했다. 일부는 무궁화호로 대체되긴 했지만, 두 배나 비싼 요금의 열차를 사회 취약계층이 이용하기란 어려운 면이 컸다. 전주와 군산 사이, 대구와 포항 사이의 통근열차가 그렇게 무궁화호로 바뀌며 사라지곤 했다.

 

현재도 이런 지역 사이의 불균형이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서 기존의 철도 선로를 활용해 통학도, 출근도 할 수 있는 열차가 운행되는 것은 부산의 동해선 단 하나만이다. 새로 광역전철이 운행될 것으로 점쳐졌던 부산 – 마산 간 경전선 역시 역무자동화설비 구축이 되어있지 않아 지자체와 국토부가 갈등을 빚는 실정이다.

 

물론 무조건 역무자동화설비 때문에 광역전철을 운행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추진 과정에서 한 푼이 아쉬워 열차도 두 량으로 좁히고, 승강장의 너비도 대폭 줄이는 등의 자구책을 찾는 지방 광역전철 사업에서 구축과 운영 비용이 비교적 비싼 역무자동화설비의 일부를 포기하는 거국적인 대안을 할 수 있다면 어떨까.

 

물론 역무자동화시스템이 모두 사라질 수는 없다. 대다수는 교통카드를 이용해 열차를 타야 하고, 무인역으로 운영한다면 교통카드를 충전하거나 표를 발매할 기기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 시스템을 트램에 준하는 정도로, 또는 일반열차보다 조금 나은 정도로 추진한 뒤 이용객의 추이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면 충분히 지방 지자체에서도 광역전철 사업 추진에 훈풍을 불어넣을 수 있지 않을까.

 

◆ 대도시 ‘대구’에서도 나왔던 이야기

 

▲ 역무자동화설비의 필수적인 요소 중 하나인 개찰구.  © 박장식 기자

 

역무자동화설비과 관련된 재미있는 제안도 있었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경산시 지역구로 출마했던 한 후보는 ‘대구 지하철을 완전히 무료화하자’라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그 근거로 든 것이 역무자동화시설이었다. 1호선에서 3호선까지 구축 비용만 300억 원, 그리고 운영에는 매년 30억 원이 달하는 비용이 소모되어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해당 후보는 비용 외에도 역무자동화설비에 포함되는 ‘공간’ 역시 문제 삼았다. 역무자동화설비를 운영하려면 운임 및 수익금 산정 등을 위한 별도의 전산실이 필요한데, 모든 역에 설치된 이러한 전산실을 비우고 임대 사업을 통해 오히려 수익을 내자는 것이 골자였다. 

 

물론 해당 후보가 당선되지 못하면서 해당 방안이 추진되지는 않았지만, 비교적 대도시인데다, 광역권을 끼고 있는 대구광역시와 인접한 지역에서 이러한 제안이 나온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생각보다 역무자동화설비에 들어가는 비용도, 공간도 만만찮다는 이야기이다.

 

어쩌면 대안은 트램에서 찾을지도 모른다. 트램은 특성상 역무자동화설비를 설치할 수 없는 환경이다. 위례신도시 등 각 지역에 지어지는 트램이 이러한 설비 없이 환승 시스템이나 운임 산정 시스템 등이 정상적으로 운행된다면, 소규모 광역전철이나 도시철도에서도 역무자동화설비 없이 요금을 직접 열차에서 내고, 간이 단말기에 교통카드를 찍는 새로운 모습이 정착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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