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장식의 2번출구] 장거리 터널, 지하철에도 늘어나는데...규정 부족하다

화재 등 비상시에 취약해…김포 도시철도 사고는 경고일 뿐

박장식 객원기자 | 기사입력 2020/12/31 [13:46]

[박장식의 2번출구] 장거리 터널, 지하철에도 늘어나는데...규정 부족하다

화재 등 비상시에 취약해…김포 도시철도 사고는 경고일 뿐

박장식 객원기자 | 입력 : 2020/12/31 [13:46]

= 철도와 관련된 비사를 꺼내는 <박장식의 2번 출구> 연재가 진행됩니다. 국내는 물론 해외의 철도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통해 미래의 철도 정책 등에서 배울 점, 또는 타산지석으로 삼을 점이 있는지 살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

 

[철도경제=박장식 객원기자] 지난 12월 21일, 한창 퇴근 시간을 맞아 승객들을 실어나르던 김포골드라인(김포도시철도)의 김포공항역과 고촌역 사이에서 열차가 멈추는 사고가 있었다. 무인 자동운전으로 운행되는 상황 탓에 열차 내에는 승무원도 없었고, 승객들은 여러 시간을 기다린 끝에 먼 거리를 걸어서 고촌역이나 김포공항역으로 탈출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어쩌면 열차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해프닝 같은 일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번 소동은 ‘그나마 열차가 멈췄기에’ 다행이었던 사고이자 경고였다. 여느 터널보다도 긴 5.9km의 한가운데에서 열차가 멈췄지만, 승객들은 별도의 대피 공간도 없어 긴 터널을 걸어와야만 했다. 길거리에 채이는 도로 터널만도 못한 일이 이번에 벌어진 것이다.

 

◆ 5.9km 김포골드라인, 590m 도로 터널만도 못하다?

 

김포골드라인의 공사 당시 공구 설계자료에 따르면 고촌 – 김포공항 구간의 5.9km 구간에는 환기구 세 개만이 자리를 잡은 것으로 드러난다. 실제 철도 구간을 맨눈으로 살펴도 대피할 공간이 보이지 않는다. 선로 가운데의 외나무다리 같은 대피 통로만이 유일한 대피로이다. 

 

이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도로 터널만도 못한 구조다. 도시에 흔한 왕복 4차선 쌍굴터널의 경우 1km가 되지 않는 터널에도 차량의 대피 공간이나 반대 터널로 넘어갈 수 있는 비상 구조물이 마련되어 있다. 비슷한 길이의 철도 터널 역시 현행법상 대피를 위한 공간이나 수직갱을 마련해야 한다. 더욱이 철도 터널은 대피를 안내할 승무원도 열차에 오른다.

 

특히 이러한 구조의 터널 안에서 화재가 발생한다면 대피도 쉽지 않다. 충돌 사고와 같은 사고가 난다면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조차도 없다. 사고 이후에도 안내할 승무원도, 대피로나 제연시설의 확충도 없는 상황에서 운행이 강행된다면 매일 출퇴근하는 동안 ‘공포의 5분’을 승객들이 보내야만 한다는 이야기이다.

 

이미 이번 사고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다. 열차에 탑승한 승객이 호흡 곤란을 호소했지만 도와줄 승무원도, 최대한 빠르게 지상으로 먼저 대피시킬 수 있는 탈출로도 존재하지 않았다. 해당 승객마저도 고촌역까지 30분을 걸어가서야 구급대원들에게 인계되었다고 알려졌다. 만일 중환자가 있었다면 아찔한 상황이 연출될 뻔했다는 이야기이다.

 

▲ 차량기지에 대기 중인 김포골드라인 전동차  © 박장식 기자

 

◆ 재난은 가까이에 있다, 이번은 경고일 뿐이다

 

당장 일반철도도 마찬가지이다. 지난해 철도시설공단(現 국가철도공단) 국정감사에서는 전국 212개 철도 터널 중 화재감지기가 설치된 터널이 없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57개 터널에는 대피로나 대피 통로마저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날 터널에서 발생한 인명사고가 많았던데다, 개중에는 가스 중독이나 열차 충돌과 같은 위험천만했던 일도 많았던 것을 생각하면 충격적인 사례이다.

 

이번 김포골드라인 사고는 전조이자 경고에 불과하다. 여느 산악터널에 못지않은 길이를 가진 지하 터널에 빠른 대피를 돕는 시설은커녕 어지간한 터널에도 있는 비상 설비들이 없었음을 드러나게 해 주었다. 이대로라면 위험을 싣고 달리는 시한폭탄에 불과하다.

 

특히 김포도시철도는 개통 당시 ‘모든 열차에 안전관리 인력을 배치하겠다’고 홍보했다. 김포도시철도의 역간 거리가 특히 다른 무인운전 경전철보다 길다는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처사이지만, 그러한 약속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 김포시는 이제야 모든 열차에 안전관리 인력을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경고등이 울렸을 때 대처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경고등이 울리는 원인을 찾아내 해결하여 경고등이 스스로 꺼지게 하는 방법이 있고, 그리고 경고등의 퓨즈를 뽑아버리는 방법이 있다. 하루에 수만 명이 타고 다니는 열차에 계속 경고등이 울리고 있다면, 대처 방법은 어쩌면 당연하지 않을까. 아직도 경고등은 울리고 있다.

 

= 새해부터 <박장식의 2번 출구>가 새로운 날에 연재됩니다. 매월 둘째와 넷째 주 목요일마다 연재돼 공휴일, 주말에 구애받지 않고 더욱 편리하게 기사를 읽을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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