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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식의 2번출구] 철도 역사 121년, 이제 ‘철도 유적’ 챙길 때 됐네

철도 노반 등 유적 발굴 사례 늘어나…‘뜨거운 감자’ 될라

박장식 객원기자 | 기사입력 2021/01/15 [09:00]

[박장식의 2번출구] 철도 역사 121년, 이제 ‘철도 유적’ 챙길 때 됐네

철도 노반 등 유적 발굴 사례 늘어나…‘뜨거운 감자’ 될라

박장식 객원기자 | 입력 : 2021/01/15 [09:00]

= 매월 둘째 주와 넷째 주 목요일, 철도와 관련된 비사를 꺼내는 <박장식의 2번 출구> 연재가 진행됩니다. 국내는 물론 해외의 철도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통해 미래의 철도 정책 등에서 배울 점, 또는 타산지석으로 삼을 점이 있는지 살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

 

[철도경제=박장식 객원기자] 일본 도쿄도 미나토구의 한 공사장. JR동일본이 부동산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철도 옆에서 벌인 대규모 재개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그런데 이곳에서 뜻밖의 유적이 발견되었다. 1872년 일본 최초의 철도가 개통할 때 지어졌던 신바시-요코하마 사이 구간 교량의 교각과 축대 등 토목 구조물이 발견된 것.

 

JR동일본은 해당 지역 일대의 재개발을 통해 자금 확보와 고객 유치에 나설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한국의 서울 2호선 격인 야마노테선에 타카나와게이트웨이역을 새로이 짓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공사 중 방대한 규모의 철도 유적이 발견된 상황인데다, 당대의 예술품에서도 해당 출토 유적을 ‘바다 위를 달리는 철마’라며 특별하게 다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보존이냐, 공사 강행이냐를 두고 한바탕 진땀을 흘렸다.

 

▲ 도쿄 타카나와 재개발 지구 일대에서 발견된 타카나와 축제를 바깥에서 본 모습.  © Wikimedia Commons 児玉望光, CC-BY-SA 4.0

 

◆ 먼 얘기인 줄 알았는데… 접근도 난해하다

 

사실 이미 ‘길’이 유적이 된 사례가 적지 않다. 이탈리아에서는 로마 제국 시기였던 기원전 343년 지어졌던 당대의 ‘고속도로’인 아피아 가도가 현재까지 남아있고, 한국도 고려 시대 축조된 진천 농다리가 현재도 문화재로 지정되어 관광자원을 넘어 지역의 상징으로 사랑받고 있다. 

 

하지만 철도 유적은 ‘도로’만큼 역사가 길지 않은데다, 관심 역시 많지 않아 문화재에 대한 접근도 어려운데다 인식 역시 낮다.

 

특히 그나마 관리되고 있는 철도 유적의 경우 통상적인 노반보다는 교량이나 터널, 역사나 건축물 등 특별한 시설의 보존 및 관리에 집중한 경우가 많았다. 통상적인 노반의 경우 발견되더라도 방치되거나 아예 도로로 메워져 유적으로서의 가치를 완전히 잃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국에서도 일본과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지난 2008년 서울 광화문광장을 공사하기 위해 세종로 한가운데에서 공사를 이어가던 중 지하의 토층에서 서울전차의 노반과 침목, 선로 등이 발견되어 공사가 중단되는 일이 있었다.

 

육조거리의 토층 맨 위에서 발견된 서울전차의 침목은 근대화 시기 도시철도 건설 기술을 엿볼 수 있는 주요한 사료 중 하나였다. 

 

실제로 서울전차의 침목을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가져가 보존 처리하는 등 해당 유적을 보존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실제 유구는 일반에 이틀 정도 공개된 뒤, 다시 공사를 속개했다. 

 

해당 유적은 광화문광장 지하 유리 벽 속 지층 표본으로만 남게 되었다. 문화재청이 해당 유적 발굴 이전부터 광화문광장에 서울전차를 재현하자는 제안을 했던 것에 비하면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 해답을 찾아라, ‘어떻게 보존할 것인가?’

 

일단 해당 유적의 이름을 ‘타카나와 축제(高輪築堤)’로 붙인 JR동일본은 해당 유적 일부를 그 자리에 보존하고, 일부는 다른 곳으로 이축하여 보존한다는 계획이다. 

 

10일부터 12일까지는 해당 발굴지에서 일반인들이 유적을 살펴볼 수 있는 견학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일본 최초의 철도와 관련된 유적이라는 상징성도 보존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소개했던 일본 타카나와 축제의 사례가 한국에서도 일어날 가능성이 적잖다. 특히 현재 경인선과 경부선의 선형은 일제강점기와 고도 성장기를 거치며 이리저리 바뀐 탓에, 실제로도 공사장 터를 팠다가 과거의 노반을 발견하는 일이 일어날 가능성도 크다. 

 

물론 현실적으로 모든 부분을 보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과거의 토목 기술을 알 수 있는 소중한 유산이 나오는 것에 미리 대비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지금이라도 철도 유적에 대한 인식을 정립하고, ’어떤 철도 유적을 보존하고, 어느 선에서 이축하는 것을 허용하고, 어떤 유적은 간단한 조사 후 다시 메울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하는 장이 열려야 한다.

 

이미 지상의 철도 유물도 보존 절차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탓에 상당수를 유실한 과거가 있다. 당장 한국철도를 대표했던 새마을호의 모체인 ‘관광호’ 객차 한 량조차 보존되지 못했다.

 

‘아직 미래의 일’이라고 낙관하다가는, 120년의 잠에서 깨어난 철도 유적이 그대로 건물 공사를 위해 파헤쳐지는 일이 없으리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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