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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식의 2번출구] 1km에 1조원 대…‘지하화’에 걸려 있는 무게

제한적 사례만 존재하지만, 어쩌다 ‘단골 선거 공약’ 되었나

박장식 객원기자 | 기사입력 2021/03/25 [18:13]

[박장식의 2번출구] 1km에 1조원 대…‘지하화’에 걸려 있는 무게

제한적 사례만 존재하지만, 어쩌다 ‘단골 선거 공약’ 되었나

박장식 객원기자 | 입력 : 2021/03/25 [18:13]

= 매월 둘째 주와 넷째 주 목요일, 철도와 관련된 비사를 꺼내는 <박장식의 2번 출구> 연재가 진행됩니다. 국내는 물론 해외의 철도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통해 미래의 철도 정책 등에서 배울 점, 또는 타산지석으로 삼을 점이 있는지 살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

 

[철도경제=박장식 객원기자] 선거철 대도시권에서 나오는 가장 큰 공약은 철도, 도로 등 인프라 건설과 관련되어있다. 그런데 최근 트렌드가 바뀌었다. 철도 내지는 도로를 땅 아래로 묻고, 그 위에 공원이나 공공주택 등을 만들겠다는 이른바 ‘지하화’ 공약이 이른바 대세가 된 것.

 

지난해 4월 열린 총선에서도 각 도시의 중심부를 오가는 인프라, 그중에서도 특히 철도를 지하에 파묻고, 그 위를 공공부지나 공원, 공공임대 아파트 등으로 조성하겠다는 공약이 한바탕 도시를 휩쓸었다. 서울과 부산이라는 거대도시의 시장 자리가 걸린 오는 4월 7일 재·보궐선거도 마찬가지이다. 서울과 부산의 철도를 지하화하자는 목소리가 후보들에게서 속속 나왔다.

 

후보들은 도시를 단절시키고 낙후를 주도해왔던 철도와 도로의 지하화가 되면 도시가 살아나고 미관을 개선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특히 철도 지하화를 통해 명소가 만들어진 사례들을 통해 열성적으로 해당 공약을 관철하고 있다.

 

◆ 후보 여러분, ‘멀쩡한 것’ 덮은 사례는 없는데 말입니다

 

문제는 한국에서 온전히 철도 노선을 지하로 덮기만 한 사례는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미 지하화가 이루어진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경의선의 용산선 구간을 지하화하여 생겨난 경의선 숲길의 경우 기존 단선철도를 복선전철화하는 과정에서 생겨났고, 강릉의 동해선, 목포의 호남선 시내 구간 지하화 역시 두 지역의 KTX 개통을 앞두고 한정적인 부지를 극복하기 위해 이뤄졌다.

 

다시 말해 한국에서는 ‘모든 열차가 운행 가능한 멀쩡한 철도’를 지하로 묻었던 사례가 없었다는 것이다. 강릉의 경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를 위해 철도를 고속선과 연결하고, 시내 접근성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강릉역과 강릉 시내 일원의 구간을 지하로 묻은 것이다.

 

용산선과 호남선 목포 구간도 마찬가지다. 호남선 목포 구간은 단선이었던 호남선을 KTX 운행을 위해 복선전철화하는 과정에서 지하화가 이루어졌다. 용산선 역시 단선 비전철로 꾸려진 철도인데다가, 선로 사정이 좋지 못해 화물열차만이 근근이 오갔기에 해당 노선에 광역전철을 운행하기 위해서는 복선전철화가 필수였다. 그 과정에서 지하로 선로가 들어간 것.

 

이렇듯 ‘최소한 지하화 자체가 목적이 아니었던 사례’가 대부분의 지하화 사례라 할 수 있다. 물론 용산선의 경우 초기에는 지상에 철도를 건설하려 했지만, 지역의 반대 때문에 지하 철도로의 개량이 이루어졌기는 하다. 하지만 용산선을 단선철도의 모습으로 그대로 운행하려 했다면 선로가 아예 사라졌을 테다. 그러니 한국에서 ‘온전한 지하화의 사례’는 없는 것이다.

 

▲ KTX 개통으로 인해 시내구간의 지하화가 이루어졌던 강릉역의 모습  © 박장식 객원기자

 

◆ 아직 ‘실소요 예산’도 모른다

 

이런 면에서 볼 때 또 다른 문제는 아직 예산의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순수한 지하화’가 이루어진 적이 없다. 실제 운행이 이루어지고 있는 철도 노선의 운행을 유지하면서, 지하에 철도를 부설한 사례를 찾을 수 없다. 

 

용산선마저도 선로가 ‘있으면 좋고, 없으면 그만’이기에 선로를 걷어내고 공사에 들어갔고, 강릉 시내 구간의 경우 강릉-정동진 구간의 운행을 중단하는 초강수 끝에 지하화 공사를 할 수 있었다. 하다못해 목포는 지하화 과정에서 아예 선로를 양을산을 통과하는 것으로 바꾸어버렸다. 그렇기에 실제 사람들이 타고내리는 철도를 운행하고, 그러면서도 지하에 새로운 선로를 마련해 공사를 하는 것에 대한 예측 비용을 알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지하화를 하겠다는 노선의 철도 운행을 중단할 수는 없다. 서울에서 지하화를 한답시고 경인선의 운행을 중단시켰다가는 연선 주민들이 ‘서울시장을 심판하겠다’고 들고 일어날 테다. 열차를 운행하면서 지하화를 한다는 선택지밖에 없다는 말이다.

 

지하화 공사에 대한 대략적인 비용은 일본 도쿄 근교에서 이뤄졌던 공사를 통해 개략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도큐 전철은 2004년 요코하마 인근에 개통하는 새로운 노선과 전철을 직결시키기 위해 도요코 선의 1.9km를 지하화했다. 당시 사업비는 당시 1000억 엔(당시 한화 약 1조 1600억 원)이 들었다. 현재 기준이라면 더욱 사업비가 늘어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2020 총선 당시 민주당의 경인 지역 후보들이 ‘경인선 전체를 지하화하는데’ 내놓은 예산은 6조 원이다. 27km 구간의 복복선 철도인 경인선을 지하화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것이 자명하다. 실제 공사비를 미리 알고도 6조 원이라고 이야기했다면 기만이고, 모르고 이야기했다면 무지이다.

 

◆ 진짜 텅 빈 공약, 소외지역 SOC에 집중 해야

 

물론 지하화에 따른 도시 단절의 문제가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런 문제가 가장 심각한 구간을 지하화한다는 제안이 아닌, ‘무작정 죄다 묻어버리고 보자’는 식의 공약은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당장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의 공약은 ‘서울 철도 전체를 지하화하겠다’이다.

 

과거 서울특별시의 용역에 따르면 서울 시내 전체 철도를 지하화하는 데 드는 예산은 38조 원에 육박한다. 서울시의 곳간에 당장 꺼내어 쓸 수 있는 38조 원이 있을 리도 없고, 설령 그런 사업이 실제 추진되어서 38조 원을 꺼내어 쓰기 위해 다른 시급한 교통 현안이 미루어질 것을 생각하면 그저 ‘공약’이라고 치부하기엔 공포까지 든다.

 

서울도, 부산도 더욱 급한 사업들이 많다. 서울에서도 도시철도의 혜택을 전혀 보지 못하는 소외된 지역도 많고, 부산은 당장 지어지고 있는 철도를 두고도 ‘광역전철을 운행하네, 마네’하는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런 현안에 대해 더욱 빨리 반응하고, 더욱 저렴한 가격에 나은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정치인이 옳은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닐까. 정치인들, 그리고 유권자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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