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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서울교통공사 사장 어쩌다 5000원짜리 인형팔게 됐나

지난해 도시철도 무임손실 국비 지원, 기재부 벽 끝내 못 넘어
서울지하철, 무임손실비용 3000억 넘어...계속 증가할텐데 "정부는 뒷짐, 지자체가 책임질 일"
지하철 서비스 제공, 요구는 차고 넘치는데...재원마련 고민 없어

장병극 기자 | 기사입력 2021/04/05 [15:59]

[Pick] 서울교통공사 사장 어쩌다 5000원짜리 인형팔게 됐나

지난해 도시철도 무임손실 국비 지원, 기재부 벽 끝내 못 넘어
서울지하철, 무임손실비용 3000억 넘어...계속 증가할텐데 "정부는 뒷짐, 지자체가 책임질 일"
지하철 서비스 제공, 요구는 차고 넘치는데...재원마련 고민 없어

장병극 기자 | 입력 : 2021/04/05 [15:59]

▲ 김상범 서울교통공사 사장이 지난 1일 오후 2시, 광화문역에서 공사 캐릭터인 '또타' 인형을 시민들에게 직접 판매하고 있다.  © 철도경제

 

[철도경제=장병극 기자] "절박한 재정난, 인형이라도 팔아서 메우겠다" 서울교통공사(이하 공사)가 지난 1일 오후 2시부터 5호선 광화문역에서 깜짝 이벤트를 벌였다. 행사를 기획한 공사 관계자는 일부러 만우절을 선택했다지만, 단순히 웃고 넘길 일이 아니었다.

 

하루 750만명의 시민들이 이용하는 서울지하철. 지난해 적자 규모(당기 순손실)는 1조 954억 원에 육박했다. 2019년과 비교하면 무려 5089억 원이 늘어났다. 

 

시민을 싣고 다닐 수록 적자가 누적된다는 서울지하철의 1인당 운송원가는 2061원 수준인데 현재 기본운임은 1250원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지난해에 코로나19의 여파로 이용객이 줄면서 운송수익이 급감했다. 

 

공사는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상급기관들이 원하는 서비스는 대부분 제공하고 있다. 재정구조 상 누적적자의 늪을 헤어날 수 없는데, 여기에 무임손실 비용은 갈수록 늘어난다. 

 

정부의 지시로 1984년부터 시작한 무임수송서비스는 올해로 37년 차에 접어들었다. 노인복지법 등 6개 법령에 의해 이들 서비스가 의무화되면서 이를 그만둘 수도 없는 상황. 그동안 국가는 도시철도에 무임손실비용을 지원한 적이 없다.

 

이번 이벤트도 공사의 재정난을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제도적으로 무임손실 보전의 당위성에 대해 시민과 함께 공감하고자 만들어진 자리였다.

 

▲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이 "무임수송 국비보전"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등 뒤에 문구를 부착했다. 뒷쪽으로는 검은바탕에 흰 글씨로 "내일은 지하철이 멈출지도 모릅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플랜카드가 선명하게 보인다.   © 철도경제

 

◆ 도시철도 무임손실 보전, 올해는 '기재부' 벽 넘을까

 

지난해 무임손실비용은 2642억 원으로 적자 대비 24%에 달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엔 무임손실액은 3709억 원(63%)였다. 

 

공사가 한국철도(코레일)처럼 도시철도에도 무임수송 등 공익서비스(PSO)에 대한 국비 지원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지난해 서울뿐만 아니라 부산, 대구, 인천, 대전, 광주 등 6개 도시철도 운영기관들은 한 목소리로 도시철도법 개정을 통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 공익서비스에 대한 국비 지원이 실현될 수 있도록 동분서주(東奔西走)했다. 

 

국회 교통위원회에서도 긍정적인 신호가 있었지만, 결국 기획재정부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나마 노후차량 교체사업에 처음으로 1132억 원의 국가예산이 편성된 것을 다행으로 삼아야 했다.

 

김상범 사장은 "선거기간이 끝나면 올해 본격적으로 도시철도법 개정이 진행될 수 있도록 지방 도시철도운영기관들과 힘을 모으겠다"며 "특히 노인 무임승차 등 공익서비스를 코레일 수준으로 지원받을 수 있도록 강력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 서울교통공사는 시민들에게 공익서비스의 내용을 알리고, 서비스 지원을 위한 국비 지원이 필요함을 호소했다.     ©철도경제

 

◆ 인형팔러 나온 김상범 서울교통공사 사장 

 

행사장에는 서울지하철에 '돈'이 들어가는 이유를 여기저기 써붙여 놓았다. 적자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지만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시설 유지·보수 및 편의 제공 등 대시민 교통서비스를 위해 힘써오고 있음을 강조했다.

 

최악의 경우에는 지하철이 멈출 수 밖에 없음을 암시하는 플랜카드까지 걸었다. 공사 관계자에 물어보니 검은바탕에 흰 글씨로 표현한 것도 이대로 가면 지하철이 '멈춤=죽음'에 이른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김상범 사장은 시민들에게 1개당 5000원인 인형을 직접 팔았다. 그 옆에서는 만원에 에코백도 판매하고 있었다. 하지만 5000원짜리 인형을 팔아서 적자를 메울 수는 없는 상황. 보여주기식 행사라는 지적이 있을 법했다. 

 

김상범 사장은 "오늘 행사가 시민들로부터 교통서비스를 제공하는 운영기관이 가지고 있는 어려움을 이해받고, 시민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전달하고자 기획됐다"고 설명했다.

 

▲ 광화문역 승강장에서 '또타' 인형을 사기 위해 기다리는 시민들.     ©철도경제

  

◆ 서비스 제공, 요구만 있을 뿐...어떻게 부담하느냐 논의 없어

 

김상범 사장은 이 날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무임수송이 사회복지적 측면에서 커다란 기여를 하고 있지만 서비스를 공급하는 기관 입장에서는 더 좋은 서비스 제공을 위한 재원이 마련되지 않으면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며 "운영기관으로서 섭섭한 것은 서비스 제공에 대한 요구만 있지 어떻게 지속가능하게 부담하느냐에 대한 논의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 사장은 "세계의 모든 지하철의 사례를 봐도 요금으로만 운영되지는 않는다"며 "문제는 서비스 비용을 어떻게 부담해가느냐에 대한 고민, 즉 사회적 제도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합리적 틀에 의해 요금(운임) 혹은 사회적 합의에 의한 지원이 조속히 이뤄지면 서울지하철도 보다 질 좋은 서비스로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행사는 성공적이었다.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미리 소식을 접한 많은 시민들이 공사의 캐릭터인 '또타' 인형을 사러 광화문에 모였다.

 

광화문역은 인형을 사려는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리고 이날 저녁 공사는 SNS에서 "인형을 팔아 지하철 문 두짝을 교체할 수 있는 비용을 마련했다"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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