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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식의 2번출구] ‘물 때문에’... 빙 돌아간 철도 아십니까

죠에츠 신칸센 출수사고의 교훈

박장식 객원기자 | 기사입력 2020/07/15 [17:28]

[박장식의 2번출구] ‘물 때문에’... 빙 돌아간 철도 아십니까

죠에츠 신칸센 출수사고의 교훈

박장식 객원기자 | 입력 : 2020/07/15 [17:28]

= 매월 15일과 30일, 철도와 관련된 비사를 꺼내는 <박장식의 2번 출구> 연재가 진행됩니다. 국내는 물론 해외의 철도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통해 미래의 철도 정책 등에서 배울 점, 또는 타산지석으로 삼을 점이 있는지 살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 

 

[철도경제-박장식 객원기자] 1979년, 일본 도쿄에서 니가타까지 향하는 죠에츠 신칸센 공사 현장. 유명 온천 유원지인 조모코겐역에서 다카사키역을 잇는 14.857km 구간의 장대터널인 나카야마 터널의 공사가 한창이었다. 일본에서는 첫 번째로 NATM 공법을 사용했을 정도로 새로운 기술이 총동원된 나카야마 터널은 1981년 개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됐다.

 

죠에츠 신칸센 노선은 산악지대와 온천지대 등을 여럿 지나고 있어 20km가 넘는 터널이 계획되었던 데다가, 니가타 일대는 폭설이 잦아 이에 대책이 필요한 등 신중한 공사가 요구되었다. 하지만 죠에츠 신칸센은 1971년 1월 첫 기본계획이 나온 뒤 10개월 정도의 지반 조사 등을 거쳐 착공에 들어갔다. 신중하지 못했던 지반 조사는 결국 화를 부르고 말았다.

 

◆ 두 번의 물난리, 바뀌어버린 ‘터널길’

 

3월 18일, 개통 시점을 맞추기 위해 터널의 공사가 속도감 있게 진행되던 도중 갑작스러운 사고가 벌어졌다. 건설 도중 지하수층을 건드려 1분에만 80여 톤에 육박하는 지하수가 쏟아져나왔다. 이 사고로 6개월에 달하는 기간 동안 배수 작업을 거치는 한편, 해당 구간을 C자로 우회하는 새로운 터널 공사에 돌입했다. 

 

하지만 사고가 벌어진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1980년 3월 8일, 사고 장소로부터 2km 남짓 떨어진 공사 구간에서 또 지하수층을 건드리고 말았다. 사고 다음 날에는 아예 공구 일부가 무너지는 붕괴사고까지 벌어져 해당 구간을 아예 쓸 수조차 없는 최악의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일본국유철도는 해당 구간을 아예 피하는, 활 모양으로 크게 휘어버린 터널을 다시 건설하는 한편 노선의 개통 시점 역시 1982년 말로 연기하게 되어 계획에 차질을 빚었다. 특히 두 번째 사고 때에는 주변 지역의 지하수가 빠져나가 농작물이 마르고 식수가 부족하게 되는 등의 사태까지 벌어져 해당 부분을 배상해야만 했다고 전해진다. 

 

▲ 공사 중 사고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던 나카야마터널의 모습     ©Wikimedia Commons さかおり, CC-BY-SA 4.0

 

◆ 무리한 공사가 부른 더 큰 손실

 

현재도 나카야마 터널을 통과할 때에는 해당 사고가 일어난 구간에서 160km/h로 서행 운행하여야 한다. 애초 계획대로라면 터널 구간에서 속도를 260km/h까지 낼 수 있었던 것을 생각했을 때, 필수적인 지반 조사가 잘 이루어지지 못한 결과가 현재까지 상당한 피해를 주는 사례가 나카야마 터널로 남았다 할 수 있다. 

 

해당 사고 이후 일본에서는 터널 공사 이전에 지하수, 온천, 또는 단층 등 공사를 방해할 수 있는 요소를 철저히 살피고, 이에 따라 호쿠리쿠 신칸센 등 새로이 지어지는 노선의 터널 선형이 단층을 최대한 덜 만나게 되는 완만한 곡선으로 개통하기도 했다. 두 번의 출수 사고로 자존심은 구겼지만, 이 사고가 더욱 안전한 터널의 개통을 이루는 씨앗이 된 셈이다.

 

최근 부전 – 마산 간 복선전철 공사 도중 낙동강 하저터널 구간에서 지반 침하로 인한 출수사고가 발생해 예정되었던 개통 일자인 내년 2월을 맞추지 못하는 것을 넘어, 최악의 경우 해당 구간을 아예 처음부터 다시 시공해야 할 수도 있다는 말도 나온다. 

 

나카야마 터널 사고에서의 일본이 그랬듯, 이번 사고를 계기로 한국에서도 터널 건설에서 더욱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한편 앞으로 이러한 사고가 없도록 지반 점검이나 공사 절차 등에서 철저함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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