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장식의 2번출구] 국립항공박물관 문 열었는데…국립철도박물관은 어쩌나

유치전 과열로 청사진 꺼내지도 못한 국립철도박물관

박장식 객원기자 | 기사입력 2020/07/31 [09:32]

[박장식의 2번출구] 국립항공박물관 문 열었는데…국립철도박물관은 어쩌나

유치전 과열로 청사진 꺼내지도 못한 국립철도박물관

박장식 객원기자 | 입력 : 2020/07/31 [09:32]

= 매월 15일과 30일, 철도와 관련된 비사를 꺼내는 <박장식의 2번 출구> 연재가 진행됩니다. 국내는 물론 해외의 철도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통해 미래의 철도 정책 등에서 배울 점, 또는 타산지석으로 삼을 점이 있는지 살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

 

[철도경제-박장식 객원기자] 지난 24일(금) 서울 강서구 공항동 김포공항 부지 내에 국립항공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김포공항이 바라다보이는 위치에 항공기의 엔진을 꼭 닮은 모습으로 문을 연 국립항공박물관은 100년이 훌쩍 넘은 한국의 비행 역사를 조명함과 동시에, 항공 전반에 대한 지식을 쌓을 수 있는 데다 항공을 주제로 한 여러 체험이 가능해 관람객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반면 철도는 어떨까. 의왕의 철도박물관이 현재 한국철도공사의 직영으로 운영되고는 있지만, 국립박물관에 준하는 체계적인 관리나 전시 체계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간극을 메우기 위해 정부에서는 2014년부터 국립철도박물관의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6년이 지난 지금, 국립철도박물관 사업은 어디까지 왔을까.

 

▲ 의왕 철도박물관     © Wikimedia Commons Nils Öberg, CC-BY-SA

 

◆ 유치전만 한세월

 

국립철도박물관의 구상은 과거 국립박물관으로 운영되었던 의왕 철도박물관이 2001년 민간위탁된 이후 13년만인 2014년 처음 나왔다. 현재의 철도박물관 부지가 해외의 철도박물관이 차지하는 면적보다 좁아 여러 전시물을 들일 수 없는 데다, 전시관의 노후화, 보존 미비 등으로 인해 관람객들이 여러 불편을 겪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계획에 따르면 부지를 선정한 뒤 2016년 건설에 들어가고, 2020년 개관한다는 청사진이 그려져 있었다.

 

하지만 그런 국립철도박물관을 어디에 둘 것이냐를 두고 여러 갑론을박이 벌어졌고, 경기도 의왕시와 대전광역시가 참여했던 국립철도박물관의 유치전이 이어졌다. 하지만 충북 청주, 전북 익산 등 11개 지자체가 덩달아 유치 신청을 한데다가, 유치를 위한 서명 운동은 물론 연예인 홍보대사까지 나선 과열 양상이 펼쳐졌다. 

 

국토교통부는 공모를 통해 진행하기로 했던 국립철도박물관의 부지 선정을 정부선정 방식으로 바꾸었다. 그럼에도 유치 열기가 가시지 않았다. 각 지역에서는 ‘자신의 지역에 국립철도박물관을 유치해야 한다’라며 토론회를 앞다투어 여는가 하면, 의왕을 지역구로 둔 신창현 전 의원은 2018년 철도박물관을 국립철도박물관으로 격상하는 취지의 법안을 냈다가 다른 유치지역의 어마어마한 반발에 휩싸이는 등 유치전이 점입가경으로 흘러갔다. 

 

현재까지도 유치 지자체에서는 선거 때마다 ‘국립철도박물관을 유치하겠다’는 내용이 단골 공약으로 오르는 등 국립철도박물관의 위치선정과 관련된 잡음은 지금까지도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국토부 등은 어느 순간부터 국립철도박물관의 유치와 관련된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 사생결단을 불사한 지역의 과다한 유치 열기가 오히려 화를 불러온 모양새다.

 

◆ 과유불급, 확실한 결단 필요할 때

 

국립항공박물관은 호평 속에 많은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코로나19 범유행 탓에 제한된 인원을 받는 예약은 일주일 치 이상의 예약이 이미 끝나 있고, 아동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전시물과 체험 시설이 마련되어 나들이 코스로도 주목받고 있다. 계획대로였으면 올해 국립항공박물관과 함께 문을 열어 관람객을 환영했을 국립철도박물관은, 지자체의 무시무시한 유치 열기에 도리어 추진 계획과 청사진이 몽땅 타버린 셈이 되어버렸다.

 

▲ 24일(금)부터 관람객을 맞이한 국립항공박물관의 모습     © 박장식

 

일각에서는 ‘이미 의왕에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철도박물관이 있는데 왜 또 박물관을 중복으로 짓느냐’는 의견을 내기도 한다. 하지만 역사적 의미가 있어 보존해야 할 철도 차량이나 과거의 기술은 많은 데 반해, 철도박물관의 공간은 해외의 다른 박물관에 비해서도 너무 좁다. 일본 사이타마 시의 철도박물관과 비교해 절반도 안 되는, 중국 베이징의 국립철도박물관에 비하면 8분의 1에 불과한 연면적을 가지고 있어 확장도 쉽지 않다.

 

지금도 새마을호 동차나 ‘한국 최초의 지하철 차량’ 등 역사적 의미가 깊은 철도 차량이 빛을 보지 못하고 기지 한구석에 놓여 있다. 철도 차량이나 철도 기술만큼 당시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훌륭한 교육 자료가 없는데, 그런 자료들이 빛을 보지 못하고 깊은 곳에 갇혀 있는 셈이다.

 

국토교통부는 현재까지 국립철도박물관 건립을 위한 구체적 계획을 재개할 의사가 없는 상황. 하지만 국립항공박물관이나 국립해양박물관처럼 전문가들이 판단한 적정한 부지를 자체적으로 선정한다면 잡음은 덜 하면서도, 휘둘리지 않고 더욱 나은 박물관을 구상할 수 있을 것이다. 

 

지자체도 ‘떡 줄 사람은 지쳐서 손을 놨는데 김칫국만 마시는’ 과열 유치경쟁을 멈추고, ‘왜 우리 지역이 역사 면에서, 지역의 특색 면에서 국립철도박물관을 꼭 유치해야 하는지’ 정부와 국민을 차분히 설득하길 바란다. 그래야 우리나라도 일본이나 중국, 영국 못잖은 최첨단의 철도박물관에서 어린이들이 ‘철도’로의 꿈을 키워나갈 수 있게끔 할 수 있을 것이고, 나아가 해외에서도 발품을 팔아 꼭 들러야 할 여행코스로 쓸 수 있을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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