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장식의 2번출구] ‘빨리빨리 대한민국’, 그런데 철도는 왜 ‘코리안 타임’?

언제나 이어지는 철도 공기 지연, 타개책 없을까

박장식 객원기자 | 기사입력 2020/09/16 [09:09]

[박장식의 2번출구] ‘빨리빨리 대한민국’, 그런데 철도는 왜 ‘코리안 타임’?

언제나 이어지는 철도 공기 지연, 타개책 없을까

박장식 객원기자 | 입력 : 2020/09/16 [09:09]

= 매월 15일과 30일, 철도와 관련된 비사를 꺼내는 <박장식의 2번 출구> 연재가 진행됩니다. 국내는 물론 해외의 철도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통해 미래의 철도 정책 등에서 배울 점, 또는 타산지석으로 삼을 점이 있는지 살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

 

[철도경제=박장식 객원기자] 현대 대한민국의 토목과 건설 산업을 상징하는 네 글자를 골라보라면 역시 ‘빨리빨리’이다. 몇 달 전에 터파기를 시작했던 것 같은 아파트 공사장에 어느새 육중한 건물이 올라와 있기도 하고, 해외 건설 수주 사업에서도 ‘공기 단축’과 같은 기업의 자랑이 신문 경제면에 잊을 만하면 오르곤 한다. 

 

그런데 유독 철도 건설 사업에서는 공기가 늦춰지고, 개통이 연기되는 일이 기정사실에 가까울 정도로 일어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단순히 체감으로 단순히 여기기에는 큰 소동이 벌어지기도 한다. 당장 지난해 김포도시철도의 개통 지연을 두고도 사달이 났다. 주민들이 지역 정치권에 책임을 묻는가 하면, 감사를 청구하기도 하는 등 시끄러운 일이 벌어졌다.

 

■ ‘빅 이벤트 목전에도’ 공기 지연

 

이것을 ‘일부 노선의 사례’라고 치기엔 너무 많은 노선이 개통 지연을 두고 시끌시끌한 것이 사실이다. 당장 2019년 한국철도시설공단(現 국가철도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당시 공사가 진행되었던 27개 철도 사업 중 20개는 예정된 해를 넘겨 지연된 것으로 드러났다. 2014년 완공될 사업이 2022년 개통으로 미루어진 동해북부선의 사례도, 2010년 개통될 전철이 2020년 현재도 공사가 끝나지 않은 동해선 광역전철의 예도 있다.

 

스포츠 등 ‘빅 이벤트’를 앞에 두고도 공사 기간이 지연돼 정작 그 행사 때에는 제대로 해당 철도 시설을 활용하지 못한 사례도 많다. 대표적인 예가 부산과 인천의 아시안게임이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개통될 예정이었던 부산 3호선은 2005년 개통,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목전에 개통해야 했을 인천 2호선은 2016년에야 영업을 시작했다.

 

지난 12일 완전개통하여 지역에서 큰 환영을 받았던 수인선 복선전철도 애당초 1999년 완공될 예정이었으나, 21년이 지나서야 개통할 수 있었다. 물론 중간에 민영철도로 전환 여부를 두고 논의가 오갔고 IMF 등으로 인한 공기 지연이 있었지만, 초기 계획과 비교해 21년이나 늦춰지는 것은 충분히 시민들의 불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 당초 계획에서 21년이나 개통이 미뤄져 2020년 완전 개통한 수인선 전철  © 박장식 객원기자

 

■ 공사 지연의 스노우볼… 반복될 수밖에 없는 악순환

 

이렇게 중요한 일들을 앞에 두고도 공사가 늦어지니,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모종삽으로 기찻길을 공사하는 것만 같다’라는 이야기가 나올 법도 하다. 물론 빠르게 공사하는 ‘속도전 공사’는 산업 재해나 부실 공사를 부를 수 있기에 권장되는 방식은 아니다. 

 

물론 정부에서도 할 말은 많다. 가장 먼저 철도의 계획은 착공 이전부터 지역의 현안으로 등장해 실제 공사가 이루어지는 기간보다 훨씬 이전부터, 오랫동안 시민들의 입방아에 오른다는 것을 들 수 있겠다. 실제로 지난 8월 1단계 개통을 이룬 하남선의 첫 번째 계획은 1999년부터 나왔다가, 무려 15년이 지난 2014년에서야 첫 삽을 뜰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체감상으로는 삽도 뜨지 않은 철도가 ‘언제 공사가 되나’부터 학수고대할 법하다는 말이다.

 

지역의 요구도 무시할 수 없다. 일부 구간에서는 지하화를 해달라는 요구부터, 원래는 일반철도만이 오갈 예정이었던 철길에 전철을 오가게 해달라는 요구가 있기 때문이다. 어떤 곳에 역을 추가로 설치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올 수도 있다. 그 요청이 당장 공사 이전부터 공사 중까지 이어지니, 당연히 새로 설계도를 짜야 하니 공사가 늦춰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그런 난관을 겪고 기공 순간에 나온 개통 일자가 늦춰지는 가장 큰 이유는 예산 부족이다. SOC 사업으로 배정되는 예산은 수십 조가 된다 해도 어쨌든 분배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고, 그 상황에서 도로와 항공 등으로 빠지는 예산을 제하면 철도로 빠지는 예산은 턱없이 적다. 그런 데 반해 계획, 공사 중인 철도 사업은 쌓여있으니 예산이 제대로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공 날짜를 늦추면 그만큼의 손실이 날 수밖에 없다. 공사가 느리게나마 진척이 된다면 인건비가 소요되고, 관리비도 공기가 늦춰지는 시간만큼 더 소모된다. 물가 상승 역시 늦춰진 공사 날짜를 기다리지 않고 오른다. 그러니 1990년대 기준에서는 수천 억 원이면 될 사업이, 2020년대에는 수조 원을 들이부어야 한다. 공사비가 오르니 예산을 따오기도 더욱 어려워진다. 마치 ‘스노우볼’처럼 악순환이 더욱 커지는 셈이다.

 

여러 난관을 겪고 겨우 개통 일자를 잡았는데 개통의 마지막 순간이 늦춰지는 경우도 많다. 대다수가 종합 시운전 기간의 결함 발견이다. 서울 지하철 9호선에는 마지막 순간 요금 시스템에 오류가 생걌고, 김포도시철도도 차륜의 편마모 때문에 개통이 늦춰졌다. 

 

결정적으로 안전을 챙겨야 하는 시기이기에 가장 이해가 가는 개통 지연이지만,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마지막까지 지니고 있었던 인내심까지 바닥에 내려놓게 만든다. 그래서 이 시기 개통 지연으로 인한 갈등이 많이 터져 나온다. 그러니 화내는 사람도, 진땀을 흘리는 사람도 안타까운 모습이 연출된다.

 

▲ 한창 진행중인 철도 공사의 모습.  © 박장식 객원기자

 

■ 날짜를 지킵시다, 그것이 약속이니까

 

물론 정부도 난처하다. 쌓여있는 철도망 계획에 비해 철도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제한된 예산 안에서 공사 일자를 맞추기에는 여러 사안으로 인해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기공식 때 ‘공사의 마지막 순간’을 길게 잡아두어 시민들이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이런 시민들의 분노가 큰 이유는 개통을 위해 기다려온 십수 년의 시간이 노래방 서비스 시간 추가되듯 일 년씩, 한 달씩 연거푸 불어가기 때문. 이미 철도 개통에 있어서 ‘예정 개통 일자’는 양치기 소년의 말처럼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이기도 하다.

 

이런 분위기를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다. 완공 일자를 촉박하게 맞추기보다는 실시설계가 진행되는 동안은 착공 일정 정도만 정해두고, 완공 일자는 최대한 늘려두는 방법도 고려할 필요가 있겠다. 물론 이러면 예산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진퇴양난의 길이지만, 그래도 정치권과 정부가 ‘집 앞 전철역’의 개통을 목 빠지게 기다릴 시민들을 위해 ‘내부의 시점’과 ‘외부로의 공표’를 다르게 해두는 센스 정도는 챙겨두면 누더기가 된 개통일 앞에서 시민들이 집회를 벌이는 모습이 달라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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