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경부고속선 전차선 개량공사, 야간 작업시간 불과 3시간...사고방지 안전메뉴얼 풀가동

9m 높이 철주 오르내리는 고소작업, 추락·감전·열차충돌·방심 집중 관리
미운행 시간에도 유지·보수차 지나다녀...작업시간 확보도 관건
국산 자재 적극 사용 “철도개량사업, 국산화율 끌어올리는 계기될 것”

장병극 기자 | 기사입력 2020/10/13 [15:02]

[현장르포] 경부고속선 전차선 개량공사, 야간 작업시간 불과 3시간...사고방지 안전메뉴얼 풀가동

9m 높이 철주 오르내리는 고소작업, 추락·감전·열차충돌·방심 집중 관리
미운행 시간에도 유지·보수차 지나다녀...작업시간 확보도 관건
국산 자재 적극 사용 “철도개량사업, 국산화율 끌어올리는 계기될 것”

장병극 기자 | 입력 : 2020/10/13 [15:02]

[철도경제=장병극 기자] 지난 7일 밤 11시 30분. 자정에 가까운 시각이었지만 경부고속선 전차선 노후설비 개량 공사 2공구 현장사무소는 환하게 불을 밝힌 채 작업에 투입되는 각종 자재와 장비를 확인하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철도시설물을 유지·보수하는 작업은 대부분 새벽 1시에서 4시 사이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진다. 열차가 다니지 않는 미운행 시간에만 작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고속선의 전차선 개·보수 공사는 작업자가 9m 높이에 달하는 철주(鐵柱)를 오르내리는 ‘고소작업(高所作業)’이 대부분이다. 3시간여 남짓한 짧은 시간. 그것도 야간에만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이다. 아무리 숙련된 작업자라도 ‘아차!’하는 순간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윤남현 한국이알이시 감리단장은 “오랜 기간 현장을 누비며 절실하게 느낀 것은 작업효율성보다 안전이었다”며 “작업 공정률을 높이기 위해 무작정 서둘렀다간 더 큰 화를 입게 된다는 것을 알기에 매번 ‘처음’이라고 여기며 안전교육을 한다”고 설명했다. 

 

◆ 현장의 가장 큰 敵은 ‘방심’...유관기관과 소통 필수

 

자정이 되자 현장사무소 내에서 작업자들이 모두 모인 가운데 안전교육이 실시됐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작업자마다 온도측정을 하고 음주측정까지 마친다. 이후 그날의 작업 진행에 있어 중점적으로 지켜야할 사항 및 필요한 정보를 공유한다. 

 

기자도 예외 없이 온도측정을 받았다. 안전교육의 주된 내용이 무엇인지 묻자 윤 감리단장은 ‘방심’이라는 단어를 가리켰다. 그는 “안전교육은 작업 투입 전 항상 하는 것이지만 관례라고 생각하면 그게 방심이고 결국 안전도 무너진다”며 “현장 작업자도 자신감을 갖되 ‘설마 괜찮겠지’라며 자만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2공구 현장사무소에서는 ▲안전걸이 미착용 및 오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추락사고 ▲(코레일)과 단전협의를 소홀히 하거나 접지·쇄정 등 안전조치를 충분히 하지 않아 생기는 감전사고 ▲열차 감시 소흘 및 사전 승인되지 않은 작업으로 인해 일어나는 열차충돌사고 ▲방심으로 인한 사고 등 4가지 사항을 취약 요인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었다.

 

경부고속선 전차선로 개량 2공구 사업을 총괄하는 국가철도공단 전공준 시스템개량부장은  “운행선 개량사업에 있어 코레일 등 유관기관과 소통하는 것도 안전사고를 방지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며 “새벽시간에는 코레일에서 유지·보수를 위한 검측차 및 모터카 등을 운행하기 때문에 미리 정보가 공유돼야만 열차 충돌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 고소작업자가 높이 9m 철주에서 현수애자를 교체하고 있는 모습. 지상에는 신형애자를 올려주고, 구형애자를 회수하는 작업자가 있다. 작업 진행 상황을 감리원이 확인하고 있다.  © 철도경제

 

◆ 고속선 노후설비 개량사업 “국산화율 높이는 계기될 것”

 

오전 12시 30분이 되자 작업자들이 작업 구간으로 출발하기 시작했다. 공단 및 감리사 관계자들과 함께 기자도 차를 타고 이동해 현장사무소에서 2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세종시 전동면 노장리 인근 경부고속선 출입구 근처에 내렸다.

 

안내를 받아 소로(小路)를 따라 올라가니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는 경고문이 부착된 철문이 보였다. 전공준 부장은 “운행선에 출입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유관기관과 협의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철문을 통과하자 어둠 속에서 천안아산-오송을 잇는 고속선로가 위용을 드러냈다. 현장은 작업자들의 랜턴만이 불을 밝히고 있었다. 기자가 현장에 방문한 날에는 급전선 현수애자를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윤남현 감리단장은 “1개조에는 철주를 오르내리는 승주작업자와 아래에서 교체 자재를 올려주는 보조작업자 등으로 구성되며 총 4개조가 고소작업을 하고 있다”며 “이 밖에 투입 자재를 작업 장소로 이동시키거나 교체 완료한 자재를 회수하는 작업조, 작업 이상유무를 확인 등을 위한 감리원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작업 원리는 겉으로는 간단해 보여도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했다. 고소작업자가 철주에 올라가 줄을 내리면 지상에 있는 작업자가 신형 현수애자를 매달아 올렸다. 고소작업자는 급전선과 철주 사이에 걸려 있는 현수애자를 신형으로 교체한 후 구형 애자를 줄에 매달아 다시 지상으로 내렸다. 그러면 지상에 있는 작업자가 구형 애자를 회수했다.

 

고소작업자가 현수애자를 교체한 후 치수를 재서 큰 소리로 불러주면 지상에서는 그것을 기록했다. 현장 관계자는 “관련 기준에 따라 오차 범위 이내에서 적합하게 시공됐는지 확인하는 절차”라며 “특히 운행선은 정밀하게 시공하지 않으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더욱 꼼꼼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가 지상으로 내린 구형 현수애자를 실제로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크고 무게도 상당해 보였다. 전공준 부장은 “처음 고속선을 건설할 당시에는 프랑스의 기술을 많이 사용했는데, 이번에 교체하는 구형 현수애자도 프랑스산이다”며 “개통 이후 국내 고속철도 기술이 발전했고 부품과 자재도 상당 부분 국산화됐다”고 설명했다.

 

전공준 부장은 기자에게 철주에 시공된 전차선을 고정하는 장치인 ‘곡선당김금구’를 가리켰다. 이번 개량사업에 포함된 교체대상 자재 중 하나이다. 전 부장은 “곡선당김금구는 대부분 신품으로 교체작업을 완료한 상태인데 이 역시 국내 기업 제품이다”며 “이번 개량사업을 진행하면서 곡선당김금구(디투엔지니어링)나 부하개폐기(광명전기) 등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국내 중소기업 제품을 적극 사용함으로써 국산화율도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 지상에서 신형 현수애자를 줄에 체결해 상부로 올리기 전 모습.  © 철도경제

 

◆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은 3시간 남짓, 그 와중에 모터카 지나가면 Stop

 

작업 도중 현장 관계자들 사이에서 분주하게 무선이 오가더니 수 분 안에 열차가 통과한다며 선로 바깥으로 안전하게 피하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5분 정도 지나자 코레일이 운용하는 고속선 검측차가 빠른 속도로 통과했다. 이미 작업자들은 선로 밖으로 안전하게 대피해 있었다.

 

윤 감리단장은 “운행선 야간작업을 외부에서는 단순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철도 운영 및 시설관리 기관과 소통 체계뿐만 아니라 철도시스템 전반을 이해하고 있어야만 작업장의 안전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전에 시설물 작업 계획과 야간 유지·보수 등을 위한 차량 운용 계획, 단전협의 등이 정확하게 오가야만 미리 대비할 수 있고, 작업 수량 및 시간도 정할 수 있게 된다”며 “야간에 미운행 시간이라고 해서 작업 시간을 100%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현장 관계자는 “왜 운행선 개량공사의 난이도가 높고 사업 기간도 길 수밖에 없는지 직접 현장을 봐야 이해할 수 있다”며 “오랜 기간 축적된 노하우를 살려 작업을 진행하되 결코 방심하지 않는다면 효율성과 안전을 모두 잡게 된다”고 강조했다.

 

2시간 쯤 지나자 어느새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었다. 현장 관계자는 “별이 보일 정도로 날도 맑고 춥지 않아서 작업하기에 좋은 여건이었다”며 “지상구간이고 고소작업이 다수인 전차선로 개량공사는 기상조건도 작업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 현수애자 등 작업 자재를 이동시키는 모습.  © 철도경제

 

◆ 지상에 방치 자재 없는지 다시 확인 “끝까지 긴장의 끈 놓지 않아야” 

 

새벽 3시가 조금 넘은 시각. 약 2km 구간의 작업이 마무리되자 현장에 투입된 작업자들의 목소리도 한층 밝아졌다. 작업자 간 “복귀하는 길에도 혹시나 회수하지 않은 작은 자재 등이 있는지 꼼꼼하게 확인해줄 것을 당부한다”는 무선 교신이 오가고 있었다.

 

보통 4시 이전까지 모든 작업을 마치면 첫 영업차가 운행하기 전에 단전 구간에 다시 ‘가압’을 하고, 이상유무를 최종 확인하는 시험차량이 다닌다고 한다. 

 

전공준 부장은 “개량공사는 신설공사와 달리 영업선이기 때문에 ‘운행 장애’를 발생시키지 않아야 한다”며 “여러 번의 확인작업을 거치지 않으면 300km/h로 질주하는 고속선의 안전을 담보하지 못할 뿐더러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속철도 건설로 처음 출발한 국가철도공단의 일원으로 우리나라에 처음 건설된 경부고속선 1단계 구간에 올 때마다 자부심을 느낀다”며 “이제는 우수한 국내 기술로 고속선로를 설계·시공하고 안전하고 유지·보수할 수 있는 경험을 쌓아 가고 있는 만큼 세계시장 진출에도 청신호가 켜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공준 국가철도공단 충청본부 시스템개량부장 인터뷰 : 관련기사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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