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장식의 2번출구] 250km 선로 ‘못 쓰게 된다’, 대책은 있나? ②

폐선만 생기면 20년째 레일바이크?
부산·곡성은 관광철도로...외국선 트램으로 부활
70년 역사 중앙선 폐선, 지역 밀착형 교통수단-관광자원 연계 활용책 고민해야

박장식 객원기자 | 기사입력 2020/11/17 [09:14]

[박장식의 2번출구] 250km 선로 ‘못 쓰게 된다’, 대책은 있나? ②

폐선만 생기면 20년째 레일바이크?
부산·곡성은 관광철도로...외국선 트램으로 부활
70년 역사 중앙선 폐선, 지역 밀착형 교통수단-관광자원 연계 활용책 고민해야

박장식 객원기자 | 입력 : 2020/11/17 [09:14]

= 매월 15일과 30일, 철도와 관련된 비사를 꺼내는 <박장식의 2번 출구> 연재가 진행됩니다. 국내는 물론 해외의 철도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통해 미래의 철도 정책 등에서 배울 점, 또는 타산지석으로 삼을 점이 있는지 살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

 

(1편에 이어 계속)

 

[철도경제=박장식 객원기자] 이미 사라진 폐선, 사라질 예정인 이설 예정 선로의 활용 방안에는 레일바이크가 늘 등판하곤 한다. 하다못해 철도를 건설하려다가 엎어진 부지에도 레일바이크를 짓고, 아예 철도가 있었던 적 없는 부지에도 레일바이크가 올라선다. 이렇게 운영되는 레일바이크들이 전국에 20여 개가 넘고, 총연장은 100km에 가깝다. 서울역에서 천안역까지의 거리이다.

 

이미 레일바이크는 오가는 지역이 비경이 아닌 이상 관광객에게 큰 매력을 이끌지 못한다. 2004년 개통해 ‘철로 자전거’라는 이름으로 대중들을 맞이했던 경북 문경 레일바이크의 경우 적자 끝에 2015년 운영을 중단했고, KTX 연결선로를 레일바이크로 활용하려 했던 충북 옥천군의 경우 주민들의 반발 끝에 2017년 사업이 백지화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레일바이크 이외에 대체 어떤 사업을 하는 것이 옳을까. 국내에서도, 해외에서도 이런 구간을 활용하는 방안이 이미 많이 나와 있다. 중앙선 이설로 인해 쏟아질 250km의 철도라는 매력적인 관광지를 더욱 다양한 색깔로 만들 수 있는 활용 방법, 그중에서도 선로를 살리면서, 열차를 살리면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았다.

 

◆ 곡성도, 부산도… 관광철도로 지역경제 살렸다

 

▲ 섬진강 철도마을의 모습. 관광용 증기기관차가 정기적으로 운행하고 있다.  © 박장식 객원기자

 

가장 먼저 해당 구간을 관광철도로 활용하는 방안이 있다. 곡성군이 복선전철화된 전라선의 섬진강 일대 폐선을 활용해 이러한 관광 자원화를 가장 먼저 시도했는데, 2004년부터 현재까지 운영하는 섬진강 기차마을이 바로 그것이다. 곡성군은 1999년 복선화로 이설된 곡성역과 가정역 사이 구간을 활용해 기차마을을 개관했다.

 

섬진강 기차마을은 당시 관광용 증기기관차를 활용해 영화 촬영지로도, 관광 자원으로도 폭넓게 활용된 데다가, 철로 안에서의 활용을 넘어 지역 축제와 연계하는 등 지역 관광으로의 연계도 살렸다. 이에 따라 섬진강 기차마을은 현재 연간 120만 명이 찾는 섬진강권역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부산광역시 역시 2020년에 알맞은 전략을 활용해 관광객들을 모으고 있다. 2016년 폐선한 동해남부선의 해운대-송정 구간에 개통한 블루라인파크가 그것인데, 해운대의 대표 관광지인 청사포와 미포, 송정을 잇는 해변 열차와 스카이큐브 등이 운행되고 있다. 해변열차 선로는 과거 동해남부선 선로를 그대로 활용했고, 해변 산책로 역시 재정비했다.

 

블루라인파크 역시 개통 이후 부산의 새로운 대표 관광지로 떠오르는 등 호평을 받는 데다, 주말과 공휴일이면 열차 탑승권 대다수가 매진되는 등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렇듯 경치가 좋은 곳으로 알려진 원래의 철도를 활용해 관광을 위한 열차를 운행하면 선로를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기차 여행을 바라는 이들에게 호평을 얻을 수 있다.

 

◆ 이설되었다고 꼭 폐선? 모두 살리는 방법 있다

 

보통 이설된 철도는 폐선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설 후 남는 구간을 폐선하지 않고, 오히려 지역사회에도 여전한 교통수단으로 활용하면서 관광명소로도 사람들이 찾게 만드는 방법도 있다. 오히려 단거리 위주의 이용객이 이탈되지 않기 때문에 지역 상권의 침체를 막을 수도 있다.

 

대만 가오슝에서는 항구와 시내를 이었던 가오슝임항선의 선로를 트램으로 다시 활용했다. 이렇게 개통된 트램은 가오슝시에서 주요한 교통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시에서도 해당 구간의 개통에 맞추어 미술관이나 쇼핑몰 등을 트램의 역세권에 유치해 관광으로도, 시민들의 발로도 활용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고 있다.

 

▲ 옛 임항선을 활용한 가오슝 첩운 순환선 트램의 모습.  © KasugaHuang / Wikimedia Commons, CC-BY-SA 4.0

 

일본 후지산 일대를 운행하는 고텐바 선의 선례를 확인해도 좋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도쿄와 오사카를 잇는 도카이도 본선이었던 고텐바 선은 1930년대 산악지대를 가로지르는 탄나 터널의 개통으로 본선의 자리를 잃고 1940년대 태평양 전쟁 때에는 공출로 선로가 뜯겨나가기도 했지만, 현재까지 열차가 운행하며 승객을 실어나르고 있다.

 

물론 고텐바 선은 물동량은 물론 역세권의 인구가 많은 도카이도 본선보다 이용객이 적다. 하지만 후지산이나 하코네와 가깝다는 점을 활용해 현재도 도쿄에서 고텐바 선 일대로 향하는 관광열차가 운행되고, 역세권 주민들 역시 고텐바 선을 애용하는 등 관광과 지역 주민의 조화가 잘 이루어진 노선으로 평가받는다.

 

이렇듯 이설되는 철도의 시내 구간을 트램으로 활용하거나, 그대로 존치하는 방향 역시 고려해볼 만하다. 특히 2022년 이설로 사라질 중앙선의 화본역 일대는 지역 주민들의 역 이용률도 높은데다, 군위군의 대표 관광지로 활용되고 있다. 이렇듯 기존의 사례나 해외 사례를 참고하여 폐선 대신 새로운 활용 방안을 찾는다면, 지역 교통과 관광산업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이외에도 철도 선로나 역사 등을 활용한 전문 촬영장을 만들어 활용하거나, 잔존 건물을 활용해 박물관이나 전시 시설로 활용하는 방법 등이 있다. 최근 각광받는 태양광 발전소를 폐선 부지에 건설하는 방법도 있다. 

 

◆ 더욱 다양한 활용법 필요해

 

중앙선은 한국철도의 정맥과도 같은 구간이다. 굵직한 경유지를 지나가는 경부선에 물동량이 미치지는 못하지만, 원주, 제천, 안동과 같은 한 지역을 충분히 대표할 수 있는 중심지와 여러 산업단지를 지나며 지역의 편리한 발로, 그리고 국가 발전의 근간으로 활용되어왔다.

 

그런 철도가 복선화되고, KTX가 오갈 수 있을 정도로 개선된다는 것은 충분히 환영할만한 일이다. 실제로 KTX가 운행되면서 지역으로의 접근성은 늘어나고, 더욱더 많은 사람이 오갈 수 있는 환경이 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KTX의 개통 덕분에 전주나 순천으로, 여수로 향하는 관광객도, 물동량도 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7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지역의 발로 이용되어온 철길이 그대로 버려지는 것 역시 옳지 못하다. 적절한 활용 방법을 찾지 못한 채 방치되거나, 날림으로 마련된 활용 방안 끝에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표류하는 것보다는, 더욱 나은 활용법으로 이후 백 년 동안 사랑받는 길이 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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