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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식의 2번출구] 1호선 리모델링도 좋지만...역사 보전 아쉽다

패널 속에 46년 역사 갇혀, '살아있는 박물관' 선례 남길 필요

박장식 객원기자 | 기사입력 2020/12/01 [14:58]

[박장식의 2번출구] 1호선 리모델링도 좋지만...역사 보전 아쉽다

패널 속에 46년 역사 갇혀, '살아있는 박물관' 선례 남길 필요

박장식 객원기자 | 입력 : 2020/12/01 [14:58]

= 매월 15일과 30일, 철도와 관련된 비사를 꺼내는 <박장식의 2번 출구> 연재가 진행됩니다. 국내는 물론 해외의 철도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통해 미래의 철도 정책 등에서 배울 점, 또는 타산지석으로 삼을 점이 있는지 살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

 

[철도경제=박장식 객원기자] 한국 최초로 개통한 지하철인 서울 지하철 1호선이 달라지고 있다. 개통 이후 50년 가까이 그대로였던 모습이 현대화되는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기 때문. 이미 공사가 완료되어 승객을 받는 역도 많은 데다가, 낙후되었던 역 곳곳도 이번 현대화 공사가 끝나면 새로 개통되는 지하철의 시설에 버금갈 정도로 바뀐다. 

 

1호선 리모델링은 2014년 시청역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역 내의 환경이 밝은 분위기로 나아지는 모습이 보이는 데다, 리모델링과 겹쳐 내진 보강 공사까지 이루어지고 있어 승객의 편의와 안전을 모두 지킨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를 살 만하다. 서울교통공사 역시도 2021년까지 모든 역의 리모델링을 끝낸다는 계획.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리모델링으로 인해 기존의 벽돌이 패널로 덮이기만 한다는 데 있다. 과거의 모습이 남아있는 역명판이나 안내판 등이 그대로 사라지거나, 새로이 역에 설치되는 패널에 덮이는 것이다. ‘서울미래유산’에 지정되기까지 한 서울 지하철 1호선의 모습치고는 상당히 의아한 모습인 셈.

 

◆ 안내판 하나하나 ‘역사’, 회벽에 가두는 것 ‘보존’ 아냐

 

▲ 한창 리모델링이 진행중인 서울 지하철 1호선의 모습.  © 박장식 객원기자

 

리모델링 공사가 완료된 시청역 등을 방문하면 과거 전철역으로서의 모습을 찾기 어렵다. 새로운 디자인에 맞게 정비된 역에는 과거 역마다 붙어있었던 역명판이나 광고, 표어 등이 모두 떼어지거나, 새로이 정비된 패널 속에 잠겨버린 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서울 지하철 개통 이래 46년간 승객들과 함께 때 탔던 시설들에 대한 홀대인 셈.

 

서울 지하철 1호선의 여러 시설물은 1974년부터 현재까지 쓰여오고 있다. 현재도 동대문역, 종로5가역 등에 남아있는 “타는 곳” 표시가 46년째 시민들의 길라잡이로 활용되는가 하면, 동그란 형태의 역명판은 개통 이래 환승역 지정, 서체 변경 등으로 인쇄물이 교체된 것 외에는 현재까지 시민들에게 알림판 역할을 해오고 있다. 

 

하지만 리모델링이 된 역들은 그러한 역사를 존중하는 대신, 2020년에 맞는 디자인으로 모두 교체하는 분위기이다. 특히 서울역의 “타는 곳” 표시는 리모델링을 통해 요즈음의 지하철역에 맞는 안내판으로 바뀌었고, 리모델링이 진행되고 있는 종로5가역이나 신설동역 등에서도 기존의 둥그런 안내판을 모두 뜯어내고 새로운 안내판으로 교체하고 있다. 

 

다른 부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1974년부터 자리를 지켜왔던 비상 정차를 위한 장치나 오랫동안 서울 곳곳의 모습을 한 장의 포스터로 표현했을 광고판은 물론, 기존의 벽돌로 이루어진 벽도 패널로 완전히 덮어버리는 분위기이다.

 

◆ 차량, 건물만 역사 아니다… 역사도, 현재도 챙겨야

 

▲ 역사와 현재를 함께 살려 리모델링을 진행한 일본 도쿄 지하철 긴자선의 모습.  © 박장식 객원기자

 

철도나 교통과 관련된 기록물이나 유물 보존은 과거와 비교해 분명히 나아졌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보존되지 못한 채 사라졌던 여러 열차나 기록물, 그리고 역사(驛舍)와 교량 등 철도 시설물들이 현재는 문화재로 지정되거나 지역의 명소로 보존되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물론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도 할 말은 있다. 지하철 1호선은 낙후된 분위기뿐만 아니라 노숙자 등의 환경 저해 요소도 적지 않아, 역사의 분위기를 더욱 화사하게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리모델링을 해야 한다는 것. 서울교통공사가 리모델링 공사에 착수한 것도 이러한 낡고 오래된 이미지를 바꾸기 위함이다.

 

해외에서는 역사와 새로움을 모두 챙긴 리모델링을 통해 지하철역을 명소로, 그러면서도 역사를 확인할 수 있는 하나의 장으로 함께 이용하고 있다. ‘동양 첫 번째 지하철’로 불리는 일본 도쿄 긴자선의 경우 리모델링 공사에서도 일부 기둥이나 벽을 남겨 역사를 기념한 데 이어, 일부 열차는 초기 개통 당시의 차량을 재현하여 운행하며 관광에서도 좋은 의의를 지니고 있다.

 

서울 지하철 역시 충분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더욱이 요즈음의 ‘레트로 열풍’에 맞추어 여러 관광지에서도 과거의 분위기를 살린 관광지를 만드는 경우도 각 지자체에서 늘어가고 있다. 특히 서울 1호선은 서울, 나아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지하 구조물 중 하나라는 점을 인정받아 최근에는 ‘서울미래유산’에도 오르기까지 했다. 

 

리모델링을 통해 새로운 분위기를 내는 것도 좋지만, 남길 수 있는 부분이나 역사를 체감할 수 있는 시설물에 대해서는 시민들에게 켜켜이 쌓인 역사를 함께 느낄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지역의 역사를 ‘살아있는 박물관’으로 느낄 방법이 되지 않을까. 모든 역이 아닌 일부 역에서라도, 아직 리모델링 공사가 시작되지 않은 역에서라도 리모델링 공사의 방향을 바꾸어 서울 1호선이 관광과 볼거리, 그리고 역사를 한데 모을 수 있는 좋은 사례로 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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