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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바닥 솟아오르는 율현터널 "인버트 보강 불가능"

감사원, 감리사 암반판정위 운영 소흘, 시공 당시 강화됐던 터널보강기준 숙지못해
감사결과, 단층대 통과하는 구간 최초 인버트 미시공 지적 "근본적 보강방안 마련하라"
불안정 지질 통과 터널 '배수로' 여굴처리 미흡 "열차 진동 전달돼 도상-공동구 파손 이어져"
전문가, 이미 반아치형 콘크리트 도상으로 개통·운행 中 터널 '마이크로파일방식' 최대한 이용해야

장병극 기자 | 기사입력 2021/04/16 [16:43]

[심층] 바닥 솟아오르는 율현터널 "인버트 보강 불가능"

감사원, 감리사 암반판정위 운영 소흘, 시공 당시 강화됐던 터널보강기준 숙지못해
감사결과, 단층대 통과하는 구간 최초 인버트 미시공 지적 "근본적 보강방안 마련하라"
불안정 지질 통과 터널 '배수로' 여굴처리 미흡 "열차 진동 전달돼 도상-공동구 파손 이어져"
전문가, 이미 반아치형 콘크리트 도상으로 개통·운행 中 터널 '마이크로파일방식' 최대한 이용해야

장병극 기자 | 입력 : 2021/04/16 [16:43]

[철도경제=장병극 기자] 개통 이후 융기(隆起)현상이 발생해 부실시공 의혹까지 제기됐던 율현터널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결과가 지난 13일 발표됐다. 

 

감사원은 융기현상 및 터널 공동구 등 손상이 발생한 원인으로 단층 파쇄대를 통과하는 구간에 적정공법을 적용하지 않은 점, 암반대에 적합한 배수로를 시공하지 않은 점 등을 지목했다. 주무기관인 국가철도공단(이하 철도공단)은 열차안전운행 확보를 위해 근본적인 터널 보강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율현터널은 총 연장 50.3km로 국내에서 가장 긴 철도터널이다. 하루 평균 120회의 SRT 열차가 운행 중이며, 예정대로라면 오는 2024년부터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도 율현터널을 이용하게 된다.

 

▲ 율현터널 융기현상 발생 개념도(上) 및 터널 시공 단면도(下) (자료=감사원 '수서평택고속철도 율현터널(궤도) 안전관리실태 감사보고서' 2021.3 인용, 이하 감사보고서로 표기)   © 철도경제

 

◆ 감리사, 암반판정위 운영 소흘...최초 시공 당시 인버트보강공법 적용 안해

 

율현터널의 부실시공 논란은 개통 2개월 만인 지난 2017년 2월부터 제기됐다. 특히 3-1공구 구간에서 레일 및 하부구조체 등 철도 궤도 전체가 지속적으로 솟아오르는 융기현상이 심각했다.

 

감사원 확인 결과 3-1공구에서는 지난해 6월까지 최고 18.9cm가량 궤도가 솟아올른 것으로 나타났다. SRT 열차도 2018년 11월 이후 일부 구간에서 90-170km/h로 감속 운행 중이다.

 

철도공단은 2019년 5월까지 2차례 보강공사를 실시했으나 융기현상을 막지 못했고, 지난해 2월 3차 보강공사를 실시한 후 현재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철도공단의 보강공사 방식은 마이크로파일 시공이다. 

 

이 보강공법은 직경 10.5cm, 깊이 6m의 구멍을 파고, 그 속에 직경 약 5cm의 강봉을 놓은 후 그 사이를 시멘트로 그라우딩하는 방식으로 '록볼트 보강'이라고도 불린다. 

 

감사원은 신갈단층대의 단층작용으로 인해 암반층이 부스러진 단층 파쇄대(破碎帶, Crush Zone)를 통과하는 3-1공구 등 구간에 애당초 '인버트'공법이 적용되지 않았음을 문제로 제기했다.

 

인버트공법은 터널 바닥을 역 아치(arch) 형상으로 두께 40cm의 콘크리트를 타설, 터널 전체를 '원형'으로 만드는 시공방법으로 지질구조가 불안전한 구간에서는 최선의 공법이다. 

 

▲ 신갈단층대를 통과하는 율현터널 노선도(자료=감사보고서)  © 철도경제

 

최초 터널 시공 시 암반 굴착작업을 시작해 암반의 안정성 여부를 판단하고, 필요에 따라 적정한 터널단면 보강공법 적용 및  라이닝 시공을 마친 후, 터널 내 내부 시설을 설치해 준공한다.

 

그런데 융기현상이 발생한 3-1공구 등의 경우 지질이 불량함에도 불구하고 인버트 시공을 하지 않았다. 

 

감사원 감사자료에 따르면 율현터널 시공 중에 예산절감(경제성) 및 공기단축을 위해 전체 연장의 11%인 5.557km에만 인버트를 시공했는데, 이 구간에서는 융기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융기가 발생한 구간에서 최초 인버트 시공을 했더라도 공사비는 약 2.5억 원 정도로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고 한다. 감사원이 당시 철도공단-감리사 간 주고받은 문서·자료를 검토한 결과 타 구간에서는 안정성 확보를 위해 인버트를 시공하는 등 보강공법 선정에 있어 이해관계가 개입된 정황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감사원은 당시 감리용역업체 및 감리단장이 강화된 보강공법 선정기준을 정확히 숙지하지 못하고, 암반판정위원회의 운영을 소흘히 하는 등 부실한 업무처리가 있었다고 결론내렸다.

 

▲ 개통 이후 율현터널 융기 발생 현황(30mm 초과) (자료=감사보고서) © 철도경제

 

◆ 철도공단 '배수로 여굴처리기준' 미흡, 코레일 궤도틀림 발견 후 데이터 누락...170km/h로 운행  

 

이번 감사에서 감사원은 철도터널 배수로의 여굴 처리 등 시공기준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철도 터널 시공 시 '버림콘크리트'를 충진해 콘크리트 도상 하부와 바닥부 암반을 일체화시켜 열차 진동을 줄임으로써 도상 하부에 설치된 보조 도상과 측면의 공동부 간 충돌로 인한 파손을 막는다. 

 

하지만 지반이 불량한 경우에는 개통 후 열차가 운행하면서 터널 바닥부의 암반이 열화되면서 일체화 효과가 떨어진다. 이로 인해 열차 진동을 충분히 감소시키지 못하게 된다.

 

이 때 측면 배수로 부분을 크게 굴착한 후 생긴 여굴(餘窟)을 모두 쇄석으로만 채우면 일체화 효과가 더욱 떨어져, 공동구 및 콘크리트 도상으로 열차 진동이 더욱 심하게 전달된다. 결과적으로 도상·공동구 등 구조물 균열 및 파손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 

 

▲ 터널 바닥부 시공구조 개요(上) 및 불량 지질 통과 구간 진동 전달 흐름(下) (자료=감사보고서) © 철도경제

 

이번 감사에서는 율현터널의 사례처럼 지질이 불안정한 구간을 통과할 때 바닥부 여굴에 대한 시공기준이 미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5년 10월경 시공사와 감리용역업체측에서는 터널 바닥부 공사 시행 중 발생한 여굴 처리방안을 수립해 철도공단에 보고했는데, 배수로 부분에 대한 내용은 빠져 있었다.

 

철도공단도 원활한 배수를 위해 배수로 여굴을 쇄석으로만 채울 것을 지시했을 뿐, 배수로 여굴에 대한 추가적인 처리대책은 수립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감사원은 율현터널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며, 한국철도(코레일)에도 주의처분을 내렸다. 코레일은 월 1회 궤도검측차로 궤도틀림을 점검하고, 그 결과에 따라 열차 탈선사고 등을 예방하기 위해 열차 속도를 제한하거나 보수하는 등 선로를 유지관리한다.

 

그런데 지난해 4월경 궤도검측차 점검 결과 율현터널 내 선로에서 속도제한 기준을 초과한 궤도틀림 현상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속도(170km/h)로 운행을 했다.

 

이에 대해 코레일은 점검부서인 시설장비사업소에서 점검 결과를 입력하지 않아 선로유지관리를 담당하는 고속시설사업단에서 이를 조회하지 못하게 됐다고 감사원측에 답변했다. 

 

이어 5월에 시행한 율현터널 점검 결과 중 일부 내용도 고속시설사업단에서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번에는 내부 유지보수시스템의 전산오류가 원인이었다.

 

▲ 율현터널 내 공동구 벽체 손상 모습(자료=감사보고서)  © 철도경제

 

◆ 이미 고속열차 다니고 있는데...인버트 추가 보강 가능할까?

 

철도공단은 이번 감사원의 감사결과와 관련해 유사사례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개선 및 설계기준 개선 등 후속조치를 이행하겠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철도공단측은 '지난해 4월 율현터널에 대해 3차 보강공사를 완료한 이후 변위 발생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자동차 계측시스템을 구축, 실시간 모니터링을 시행 중이며 9개월 간 융기현상을 비롯한 추가적인 노반 변위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철도공단은 마이크로파일방식이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올해부터 율현터널 전체로 확대·시행할 예정이이다. 

 

다만 감사원의 지적에 대해 '추가적으로 율현터널에서 융기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 터널 벽체보강 및 인버트 설치 등 단계별로 대응할 수 있는 근본적인 보강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율현터널 건설 당시 암반판정 절차를 미흡하게 시행한 감리용역업체 및 건설기술자 등엥 대해 벌점부과 등 제재조치를 시행하고, 철도 터널 배수로 여굴 처리기준에 대해서도 안전성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시방기준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 율현터널 마이크로파일 방식 보강공사 현황(1~3차) (자료=감사보고서)  © 철도경제

 

이번 감사결과를 통해 밝혀졌지만, 율현터널 융기현상의 주된 원인은 터널 굴착 직후 보강공법으로 인버트방식을 적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개통해 고속열차가 다니고 있는 콘크리트 노반에 인버트방식의 추가 보강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 전문가는 "현재 상태에서 인버트방식의 추가보강을 하게 되면 터널 하부를 1.5m 정도 파야하는데 이 과정에서 지질이 불안정한 곳에 위치한 터널에 추가적인 변위가 발생할 수 있어 사실상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일본에서 도로에 한번 인버트방식으로 추가보강을 했을 뿐 세계적으로도 거의 유래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SRT가 다니고 있는 운행선에서 인버트방식의 보강공법을 적용하면 열차 운행을 멈추고 내부 시설물을 모두 철거한 후 재시공해야 하는데 비현실적이다"며 "현재 철도공단이 시행 중인 마이크로파일방식을 최대한 적용하되 파일을 더 깊고 촘촘하게 박아서 융기를 억제할 수 있다면 최선의 방안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언급했다.

 

철도공단 관계자는 "감사원이 지적한 부분도 최초 시공 때 인버트를 적용하지 않은 것이 문제이고, 현재 보강방식이 잘못됐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며 "현실적으로 볼 때 인버트 설치는 율현터널 융기현상의 대응 시나리오 중 마지막 단계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이 전반적으로 지질이 불량한 곳이 많은데, 신칸센 구간에서도 마이크로파일 추가보강 공법을 3차에 거쳐 적용해 안정화시킨 사례가 있었다"며 "매일 터널 변위량을 계측하고, 현재까지 이상이 없는 만큼 터널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현실적으로 가능한 최적의 방안을 적용해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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