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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식의 2번출구] 전철이 ‘돈 값’ 한다는 것

더욱 비싼 요금 받는 철도 노선들, ‘속도’ 바깥의 서비스도 챙겼으면

박장식 객원기자 | 기사입력 2021/04/23 [08:54]

[박장식의 2번출구] 전철이 ‘돈 값’ 한다는 것

더욱 비싼 요금 받는 철도 노선들, ‘속도’ 바깥의 서비스도 챙겼으면

박장식 객원기자 | 입력 : 2021/04/23 [08:54]

= 매월 둘째 주와 넷째 주 목요일, 철도와 관련된 비사를 꺼내는 <박장식의 2번 출구> 연재가 진행됩니다. 국내는 물론 해외의 철도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통해 미래의 철도 정책 등에서 배울 점, 또는 타산지석으로 삼을 점이 있는지 살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

 

[철도경제=박장식 객원기자] 수도권 주요 지점을 1시간 이내로 이어 ‘교통 혁명’으로 불리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이하 GTX)의 모습을 가늠해볼 수 있는 첫 번째 기회가 열렸다. 20일부터 경기도 화성시 동탄여울공원에서 열린 GTX 차량 목업 품평회에서 최대 시속 180km로 달릴 차량의 첫 번째 실물이 드러난 것.

 

주요 역에 정차하는 급행 전철이라는 취지에 맞게 널찍한 실내 공간, 그리고 주요 역에서 덜 혼잡하게 열차를 타고 내릴 수 있는 넓게 설계된 문이 인상적이었던 GTX 시제 차량은 디자인에 대한 시안 검토만 마치면 조만간 실물 차량으로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일반 지하철의 두 배가량의 요금을 받을 것으로 점쳐지는 GTX의 특성과는 달리, 좌석이나 차내 서비스가 그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 아쉬웠다. 물론 ‘속도’라는 최고의 매리트가 GTX의 비싼 요금의 원인이지만, 속도 이외의 서비스도 신경 썼으면 하는 씁쓸한 뒷맛이 남는다.

 

▲ GTX 차량에 들어가게 될 좌석의 모습 © 박장식 객원기자

 

◆ 광역버스, 속도만 빠르지 않잖아요

 

GTX의 차내에는 일반 광역전철과 비슷한 ‘롱 시트’가 달려 있다. 무궁화호 등에서 쓰이는 ‘크로스 시트’를 롱 시트와 혼합해 도입한다는 계획을 검토한 전력이 있다지만, 차내 혼잡도가 높을 것으로 우려되어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현장 관계자의 설명도 있었다.

 

물론 롱 시트라서 해서 나아진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중간에 좌석을 구분할 수 있는 철제 팔 받침대가 설비되어 있어 옆자리 승객에게 구애받지 않고 열차를 이용할 수 있는 것. 하지만 장거리를 이용하는 승객이 주로 이용한다는 GTX의 특성과는 달리 딱딱한 플라스틱제 시트가 장착되어 있어 실제 이용객이 느끼는 편안함이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든다.

 

물론 철제 팔 받침대만 해도 좌석의 간격을 넓히는 과정에서 생겨났기에 이용객의 편의를 더했다는 장점이 있지만, GTX와 비슷한 위치에 서 있는 광역버스를 생각한다면 아쉬운 점이 크다. 광역버스의 경우 푹신한 시트를 가지고 있어 비교적 오래 탑승해도 부담이 적고, 더욱이 최근에는 스마트폰 충전을 위한 USB 포트 등도 갖추고 있는 실정.

 

특히 최근에는 출퇴근 시간 좌석 예약 서비스까지 갖추기 시작한데다, ‘프리미엄 버스’라는 이름으로 우등버스 시트를 도입한 출퇴근 버스까지 운행하면서 광역철도망의 충족으로 인한 열세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광역버스는 도시철도망의 확충에도 불구하고 편안하게 수도권을 오가고자 하는 시민들에게 계속해서 사랑을 받고 있다.

 

GTX도 광역버스에 버금가는 비싼 요금에 맞게, 더욱 앉았을 때 편리한 시트를 도입하거나 차량 내에서 더욱 나은 서비스를 제공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든다. 특히 디지털 시대라는 이름에 걸맞게, 시트와 시트 사이 철제 팔 받침대는 승객들을 위한 우산걸이, 또는 무선 충전을 지원하거나 USB 충전이 가능한 포켓을 두는 공간으로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 이번 전시회를 통해 공개된 GTX 전동차의 앞 모습.  © 박장식 객원기자

 

◆ 속도에만 집중하면 잃어버리는 것

 

사실 특히 한국에서 철도는 ‘더욱 편안한 서비스’에 비해 속도가 더욱 집중되는 감이 보인다. 물론 속도 역시 철도 서비스에 있어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하지만 한 명의 승객이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더욱 나은 서비스에도 신경을 쓸 필요가 분명히 있다.

 

당장 KTX 운행 초기였던 2004년 나온 비판이 ‘좌석은 불편한데 새마을호보다 서비스도 부족하다’는 불평이었다. 그 이후 KTX 산천, SRT를 거쳐 KTX-이음 열차까지 조금씩 좌석의 개량이 이루어졌지만, 아직 이용객들에게 있어 ‘훨씬 나아졌다’는 목소리를 듣기는 힘들다. 그나마 모든 KTX에서 인터넷과 전력을 끊김 없이 쓸 수 있다는 점 정도가 나아졌을 뿐이다.

 

한국 철도는 수년 안에 속도의 정점에 설 전망이다. 전국 주요 간선망에 200km/h 이상을 낼 수 있는 철도가 깔리고, 수도권과 주요 도시권에는 광역전철이 열리며 어느 다른 교통수단보다도 빠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이렇게 속도의 정점에 오르는 상황에서, 역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열차에 오르고 내리기까지의 서비스를 더욱 강화한다면 철도교통이 지금보다 많은 사랑을 받지 않을까. 편안한 좌석은 물론이고, 카페나 라운지 못지않은 승객 대기 시설, 백화점이나 쇼핑몰을 통째로 삼킨 듯한 상업시설 등이 그 예시가 될 수 있다. 한국 철도가 시속 300km로 빠르게 내달리느라 미처 보지 못했던 뒤를 조만간 보아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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