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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국토부 '권고 공문'의 위력, 차량정밀진단 입찰제도 결국 바꿔

기술용역으로 발주, 수행능력평가서 수주물량·계약건수 많으면 감점제 신설
지난달 코레일 발주물량에서 첫 적용돼 입찰 공고 "경쟁체제=진단내실화?"

장병극 기자 | 기사입력 2021/04/30 [20:32]

[심층] 국토부 '권고 공문'의 위력, 차량정밀진단 입찰제도 결국 바꿔

기술용역으로 발주, 수행능력평가서 수주물량·계약건수 많으면 감점제 신설
지난달 코레일 발주물량에서 첫 적용돼 입찰 공고 "경쟁체제=진단내실화?"

장병극 기자 | 입력 : 2021/04/30 [20:32]

▲ KTX 중정비(오버홀) 모습(=자료사진, 본 기사와 무관함)     ©철도경제

 

[철도경제=장병극 기자] 지난해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철도차량 정밀안전진단 내실화를 앞세워 입찰 제도에 손을 대자, 수행 능력이 부족한 업체가 진입해 도리어 진단부실을 키우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결국 국토부가 원했던 입찰 수정안이 시행되기 시작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9월 철도차량 산업의 대내·외적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철도차량산업·부품 발전방안'을 수립한 바 있다. 이 방안에는 철도차량 관리의 체계화를 위해 기존 정밀안전진단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국토부는 기존의 철도차량 정밀안전진단 용역 시장 구조 상 진단물량을 소수업체가 독점하고 있어 부실진단을 초래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경쟁체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결과를 내놓고 ▲관리감독 체계화 ▲입찰제도 개선 등을 골자로 하는 '정밀안전진단 내실화' 방안을 수립했다.

 

◆ 국토부, 독점 못박고 입찰제도 바꾸기 "경쟁체제 만들어 진단내실화 꾀하겠다" 

 

여기서 논란이 되었던 부분이 바로 입찰제도이다. 국토부는 '업체독점=부실진단'이라는 논리를 내세우며, 신규업체에 대한 진입문턱을 낮춰 경쟁체제를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따라 정밀안전진단 발주에 있어 지금까지 시행했던 일반용역 심사방식을 바꿔 사업수행능력 및 입찰가격으로 평가하는 '기술용역 적격심사' 방식을 적용하되, '수행능력평가' 항목에 용역 규모에 따라 참여기술자, 수행실적, 신용도, 업무중첩도 등 기존에 없던 기준을 별도로 만들기로 했다.

 

문제는 업무중첩도 평가이다. 일반적으로 건설 업종 등에서 PQ 심사때 시행하는 이 평가제도를 '진단'용역에도 도입하겠다는 것인데, 정작 기술인력에 대한 업무중첩도를 평가하는 것이 아닌 수주물량과 계약건수로 산정해 '감점제도'를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입찰 시점에서 수주물량와 계약건수가 많을수록 업무중첩도가 높다고 판단, 감점돼 수주에서 불리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실적이 적은 업체가 유리해진다. 

 

이 때문에 지난해 정밀안전진단 입찰제도 개선안을 두고 '60년 가까이 검사·진단 업무를 해왔던 기존 업체를 타겟으로 삼고, 신생업체만 살리기 위한 제도가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다.

 

반발이 일자 지난해 말 국토부에서는 최초 수립한 업무중첩도 평가 기준을 수정, 특정업체에게만 불리하게 작용하는 평가기준에 대해 일부 완화하는 방안을 다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 법령도 아닌데...국토부 '공문'의 힘, 코레일 발주에 '권고안' 그대로 반영  

 

하지만 본지가 취재한 결과 수주물량과 계약건수가 많은 업체에 감점을 주는 국토부의 원안이 발주기관에서 시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지난 21일 코레일 전자조달시스템을 통해 발주한 '객차(발전차) 정밀안전진단 용역' 건을 살펴보면 국토부가 최초 제시했던 사업수행능력평가 기준 등을 적용, 기술용역심사로 낙찰자를 선정한다는 내용의 입찰공고문이 게시돼 있다. 

 

코레일은 자체적으로 제정한 '철도차량정밀안전진단 사업수행능력 세부평가 기준'을 발주 직전인 지난 20일 전자조달시스템에 올렸다. 국토부의 '권고 공문'이 적용된 첫 사례다.

 

지난 29일 '철도안전정보종합관리시스템'을 통해 공개된 '2021년 철도안전 시행계획'에서 이미 국토부는 2020년 주요 추진 성과 중 하나로 철도차량 관리 체계화를 위해 지난해 12월 철도차량 정밀안전진단 제도 개선을 위한 경쟁체제를 도입, 내실화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일선 현장에서 어떤 효과가 나타났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하기도 전에 '정밀안전진단 입찰제도를 경쟁체제로 바꿔 철도안전을 확보했다'고 스스로 평가하며 이를 성과로 올린 것이다.  

 

국토부는 수요처인 운영기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이를 검토해 '권고 공문'을 보냈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철도운행안전과 관계자는 "일반용역으로 발주할 경우 실적과 경영상태 등만 평가할 수 있지만, 기술용역으로 발주하면 입찰평가방식을 개선할 수 있다"며 "발주처인 모든 철도운영기관들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해 정밀안전진단 입찰제도 개선과 관련한 '권고안'을 공문으로 보냈고, 기관별로 계약방식 변경에 따른 사업수행능력 평가 기준을 만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차량 관리 당사자인 발주처의 의견을 우선 청취해 반영했고, 진단업체들의 입장은 참고만 했다"며 "다만, 공문으로 각 기관에 하달된 '권고안'이 법령이나 시행규칙은 아니기 때문에 철도안전법 등 관련 법에 명시하는 방안은 추후에 검토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번 정밀안전진단 입찰 개선 '권고 공문'이 법령으로 제정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모 기관 관계자는 "조달청이나 기획재정부 등에서 마련한 국가계약법 등 관련 현행 법이나 하위규칙에 위배되는 소지가 있는지 따져봐야할 부분이 있다"며 "철도 안전 확보를 위한다는 국토부의 이번 '권고' 시행 후 정말로 정밀안전진단 내실화가 이뤄지는지도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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