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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철도차량 입찰제 개선, 3사 온도차 뚜렷 "기술경쟁력 확보 VS 중ㆍ소기업 육성"

조달청, 철도차량 3사 대전서 한자리 모아..중국 국내시장 진출 대응방안두고 의견 수렴
3사, 지자체 철도차량 발주 적정가 산출두고 한 목소리 "코레일과 너무 차이난다"
기술중심 평가 입찰제두고 논란 "기술ㆍ안전 두마리 토끼 잡기" VS "국토부 칼춤추는 꼴"

장병극 기자 | 기사입력 2021/11/05 [12:03]

[이슈] 철도차량 입찰제 개선, 3사 온도차 뚜렷 "기술경쟁력 확보 VS 중ㆍ소기업 육성"

조달청, 철도차량 3사 대전서 한자리 모아..중국 국내시장 진출 대응방안두고 의견 수렴
3사, 지자체 철도차량 발주 적정가 산출두고 한 목소리 "코레일과 너무 차이난다"
기술중심 평가 입찰제두고 논란 "기술ㆍ안전 두마리 토끼 잡기" VS "국토부 칼춤추는 꼴"

장병극 기자 | 입력 : 2021/11/05 [12:03]

[철도경제신문=장병극 기자] 최근 코레일이 정부의 철도차량산업발전 정책에 따라 수인분당선ㆍ4호선용 전동차 74량 도입을 두고 부품 장기패키지 구매를 포함한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으로 시범 발주를 추진하자 제작 3사가 셈법을 따지느라 분주하다.

 

철도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4일 대전에서 조달청이 주관해 다원시스ㆍ우진산전ㆍ현대로템(가나다순, 이하 업체명 미표기) 등 국내 철도 완성차량 3개사 관계자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각 사별 의견을 정취했다.

 

이 날 주요 논의는 ▲최근 철도차량 발주가격 적정성 여부 ▲현행 기술ㆍ가격 2단계 분리입찰제도 시행의 문제점 ▲향후 중국의 한국철도시장 진출에 따른 입찰제도의 보완 및 대응방안 등 철도차량산업계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쟁점사항으로 집중됐다.

 

이 자리에 참석한 업체 관계자 모두 "적정발주가격 책정 필요성에 대해선 제작 3사가 같은 입장을 보였지만, 입찰제도에 대해선 이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 현대로템이 제작해 올해 1월부터 상용화한 국내 첫 동력분산식 고속열차 KTX-이음(=자료사진)   ©철도경제

 


코레일 1칸에 15억, 서울은 13억 "지자체 발주가격 현실화해달라"


 

조달청 입장에선 최근 트램ㆍ기관차 발주 때 중국이 국내 시장에 진입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앞으로 중국에게 문호를 개방하더라도 철도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응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향후 중국과 GPA 협정을 맺게 되고, 중국 업체들이 국내 철도차량분야 입찰에 참여하면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조달청이 직접 나서 의견청취 자리를 마련한 이유 중 하나가 '위기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제도적으로 뒷받침 돼야 할 부분과 철도차량제작사의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를 업계에게 직접 물어보기 위함이었다.

 

이 날 자리에 참석한 제작 3사는 정부차원에서 미국ㆍ일본ㆍ중국 등과 마찬가지로 강력한 철도산업 보호정책을 시행해야한다는데 공감했다. 

 

B사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자국 철도산업 육성ㆍ보호를 위해 기술ㆍ능력 등에 따라 발주물량을 '분배'하는 방식으로 일종의 수의계약 형태를 취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3사 모두 한 목소리로 '철도산업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게끔 공공발주에서 적정 예산 확보 및 가격 현실화에 힘을 쏟을 필요가 있다'는 점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현재 코레일 등 국가 공기업과 서울교통공사 등 지방공기업 간 철도차량 발주가격에 큰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교ㆍ직류 겸용 전동차 평균 발주가격를 비교해보면 코레일은 1량 당 평균 15억 원선이지만 서울교통공사는 평균 13억 원 수준이다. 

 

이에 대해 C사 관계자는 "제작 3사 간 가격 경쟁입찰 구도에서 이전 발주때 계약한 금액을 근거로 다음 사업금액을 배정하고 예정가격도 책정하게 되는데, 이게 되풀이되면 차량 발주가격 자체가 자꾸 낮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A사 관계자도 "과거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권고 조치에 따라 국가공기업인 코레일은 원가계산을 할 때 물가상승률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사업금액을 배정하는데, 지방공기업은 공정위의 권고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다보니 결과적으로 턱없이 낮은 금액으로 발주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냈다.

 

▲ 우진산전이 제작ㆍ납품한 서울 5호선 신조전동차(사진=서울교통공사 제공)     ©철도경제

 


철도차량산업 지원 '입찰제 개선' 카드 만지작 "특정업체만 유리" 2개사는 반발


 

미국은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정책인 '바이 아메이칸' 제도를 시행하고 있고, 중국도 자국 철도산업 육성을 위해 천문학적인 재정을 지원한다. 이들 국가에게는 '거대한 내수 시장'이라는 무기가 있기 때문에 설령 보호무역을 해도 타국이 반기를 드는게 쉽지 않다. 하지만 한국의 시장은 작다.

 

제도적 지원을 위한 또 다른 카드로는 입찰제도가 있다. 잘 활용하면 국내 철도차량 제작사의 기술력도 확보하고 영세한 철도차량산업계의 경쟁력도 키울 수 있다.

 

그런데 제작 3사 간 극명하게 입장이 나뉘는 부분이 바로 입찰제도다. 

 

현재 철도차량 중 현대로템이 단독으로 생산할 수 있는 준고속급 이상 차량은 협상에 의한 계약방식을 채택하고 있지만 3사 간 경쟁이 성립하는 일반 전동차, EMU-150 등은 기술ㆍ가격 2단계 분리입찰제도를 적용한다.

 

이 제도는 1단계 기술평가 결과 일정 점수 이상을 획득하면 제작 요건(기술적격자)을 갖춘 것으로 판단해 2단계에서 가격 투찰자격이 주어진다. 2단계에선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한 업체가 사업을 낙찰받는다.

 

현대로템 독점체제가 깨진 이후 제작 3사 모두 1단계 기술평가에서 탈락한 사례가 없기 때문에, 업계에선 사실상 '최저가 낙찰제'로 통칭한다.

 

최근 정부 정책에 따라 코레일이 일반 전동차 발주에서도 부품패키지 구매 옵션을 넣기 위해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을 선택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자 AㆍB사가 한층 예민해진 상황이다. 

 

협상에 의한 계약방식은 기술평가와 가격평가를 동시에 진행한다. 예를 들어 기술평가의 배점이 80점, 가격평가의 배점이 20점이면 이를 합산해 최고득점을 얻은 업체가 우선협상자가 된다. 가격만으로 경쟁을 할 수 없는 계약방식이다.

 

▲ 다원시스가 제작ㆍ납품한 서울 2호선 신조전동차(사진=다원시스 제공)     ©철도경제

 


기술경쟁력 없으면 중국에 다 밀린다 "해외 선진발주제도 다시 보자"


 

A사는 '이미 기술적으로 상향 평준화돼 있고, 고도의 신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 전동차를 굳이 협상에 의한 계약으로 추진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기존 최저가 낙찰제에서 기술평가 시 이미 타 사에 비해 보통 4-5점 이상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C사만 유리한 제도라는게 A사측의 입장이다. B사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날 의견 정취 자리에서도 A사는 "전동차 발주에서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을 선택하는건 현재의 철도차량 업계 현실을 감안했을 때 중ㆍ소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정책 기조에도 반대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해외시장을 진출하기 위한 준고속급 이상 차량시장은 정부도 적극적으로 지원해 해당 업체가 기술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고, 일반 차량은 중ㆍ소기업이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강하게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B사 관계자는 "건설분야에선 시공능력평가제도를 활용해 종합심사제(종심제)를 시행하는 등 체계적으로 정책ㆍ제도가 뒷받침돼 기술평가에서도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데, 현재 철도차량에서는 그렇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기술중심 입찰제도를 강조하기 전에 객관적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가 보완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 홍콩 MTR SCL에서 운행 중인 현대로템 전동차(사진=현대로템)  © 철도경제

 

C사는 '국내철도시장이 해외 추세를 따라가고 있지 못한다'는 점에 무게를 두며 '해외 철도선진국의 발주제도를 되짚어 보고 왜 기술력 위주로 평가하게 됐는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C사 관계자는 "기술중심 입찰제도에서 정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해야하는 건 당연하다"며 "미국뿐만 아니라 인도ㆍ브라질 등에서도 품질저하를 우려해 중국산 부품 사용을 배제하는 분위기인데, (국내에서는 저가낙찰 구도가 형성되면서 품질이 낮은 부품을 사용하는 등) 발주방식이 개발도상국보다 뒤쳐지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건설ㆍ토목분야도 과거에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를 비롯한 대형참사를 겪으면서 저가자재 사용ㆍ날림 시공 등을 제도적으로 뿌리뽑고자 기술과 능력 중심 입찰평가제도를 도입하게 됐다"며 "물론 정책적으로 중ㆍ소기업을 육성하는게 필요하지만, 수많은 인원이 탑승하는 철도차량은 국민의 안전과도 직결되는 문제인만큼 정확한 평가제도를 안착시켜 안전한 철도차량을 제작하는게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날 자리에 참석한 한 업체 관계자는 "예전 국토부 공청회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반복됐다"며 "철도차량산업계의 현실을 반영해 국내 철도차량 기술을 발전시키면서 해외시장과 견줄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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