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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우의 플랫폼] 유럽철도-‘녹색 속도’ 프로젝트, 유로스타-탈리스 통합

전현우 객원기자 | 기사입력 2021/11/18 [08:30]

[전현우의 플랫폼] 유럽철도-‘녹색 속도’ 프로젝트, 유로스타-탈리스 통합

전현우 객원기자 | 입력 : 2021/11/18 [08:30]

= 각기 다른 사정과 목표를 가진 수천 명의 사람들이 단 한 편의 열차를 타고 움직이고 있다는 단순한 사실. 그리고 이런 풍경이 매일같이, 거대 도시와 광역망, 전국망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다는 단순한 사실. 이 사실을 경이롭게 바라보며 이 사실을 가능하게 만든 제도·역사·지리·경제·공학을 되짚어 보는 것. 또한 철도가 이들에게 다시 돌려준 것들을 살펴보는 것. 바로 <플랫폼>의 목적이다 =

 

[철도경제신문=전현우 객원기자/서울시립대 자연과학연구소] 해저 터널로 영국과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사이를 잇는 유로스타(Eurostar), 그리고 대륙 내부의 고속선으로 프랑스, 벨기에, 독일, 네덜란드를 잇는 탈리스(Thalys). 

 

지난 9월 27일, 이들 두 회사는 서로의 통합을 골자로 하는 ‘녹색 속도(Green Speed)’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이사회에 상정하였다. 유럽 국제 여객철도 시장에서도 통합의 사례가 나온 것이다. 

 

이들 두 사업자의 노선망은 암스테르담~브뤼셀~릴~파리 북 고속선을 기준으로 동서 대칭을 이루고 있다. 유로스타는 런던 방향으로, 탈리스는 쾰른 방향으로 운행하기 때문이다. 

 

녹색 속도 프로젝트가 기대하는 효과의 핵심은 이들 두 네트워크를 하나로 묶는 데 있다.

 

이를 통해 서로 불필요하게 경쟁하던 암스테르담~파리 구간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더불어 영국에서 독일로, 독일에서 영국으로 향하는 철도 이용객이 브뤼셀에서 쉽게 열차를 환승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통합의 핵심 목적이다. 

 

▲ 그림 1. 유로스타 및 탈리스 네트워크.

 

이처럼 네트워크의 소프트웨어를 개선하여 통합 국제선의 철도 이용객을 2030년까지 지난 2019년(연 1800만 명, 일 5만 명)에 비해 1.5배 가까이 늘리는 것(연 3000만 명, 일 약 8만명)이 녹색 속도 프로젝트의 핵심 목표이다. 

 

이 프로젝트의 이름대로, 두 회사는 재생에너지 공급이나 폐기물 저감과 같은 지속가능성 목표 또한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더불어 네트워크 개선 효과를 통해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 영국 사이를 오가는 도로 및 항공 통행을 철도로 흡수하는 모달 시프트 역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필수적인 작업이다. 

 

모달 시프트를 위해서는 철도 자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필수적이며,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것이 근본적인 방법이라는 공감대가 유럽 철도에 존재한다는 점을 두 국제 철도의 통합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다. 

 

프랑스 국내 철도에서 철도 시장 개방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 또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 국내 고속철도 시장이나 광역망 시장에서는 오픈 억세스, 즉 과거의 SNCF 이외의 사업자가 시장에 진입하여 열차를 운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변화가 2020년대에 진행될 예정이다. 

 

SNCF는 이에 대응하여 자사의 경쟁력을 증진할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는데, 유로스타와 탈리스 모두 SNCF를 대주주로 하는 자회사이므로 이들의 영업 기반을 강화하고 프랑스 국내 TGV망과도 연계하기 편리하게 함으로써 시장 개방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그림 2. SNCF의 시장 개방 관련 설명 페이지. https://www.sncf.com/en/group/profile-and-key-figures/about-us/opening-up-to-competition

 

프랑스 고속철도 운송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는 사업자로 대표적인 것은 독일철도(DB)이다. 의미심장하게도, SNCF의 운송시장 개방 관련 홈페이지의 대문 사진으로 ICE가 올라와 있다. 

 

독일철도와의 경쟁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오히려 고속철도 네트워크의 규모를 늘려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고 ICE의 시장 진입을 억제하겠다는 것이 SNCF측의 복안으로 보인다. 

 

시장의 개방과 세계화가 오히려 사업자 수의 축소와 세계적인 과점을 불러왔던 해운 등의 사례를 볼 때, 유럽 고속철도 시장에서도 SNCF와 DB라는 두 거인의 경쟁과 과점 형성이 일어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이러한 변화는 대륙철도 연결을 시야에 넣고 있는 우리 고속철도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항공, 자동차 등과 경쟁하여 충분히 많은 모달 시프트를 진행하고 교통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한편, 주변 강대국의 고속철도 사업자와 경쟁하여 살아남을 수 있는 역량 있는 사업자와 네트워크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고속철도 통합이 중요한 수단이라는 하나의 방증이기 때문이다.

 

유럽 고속철도 시장의 변화를 앞으로도 계속해서 주시할 필요가 있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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