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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식의 2번출구] 이래놓고도 ‘장거리 고객 편의?’

√ KTX 최저운임 산정, 처음부터 다시 짜야 한다 ①

박장식 객원기자 | 기사입력 2021/11/19 [19:54]

[박장식의 2번출구] 이래놓고도 ‘장거리 고객 편의?’

√ KTX 최저운임 산정, 처음부터 다시 짜야 한다 ①

박장식 객원기자 | 입력 : 2021/11/19 [19:54]

= 매월 둘째 주와 넷째 주 목요일, 철도와 관련된 비사를 꺼내는 <박장식의 2번 출구> 연재가 진행됩니다. 국내는 물론 해외의 철도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통해 미래의 철도 정책 등에서 배울 점, 또는 타산지석으로 삼을 점이 있는지 살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

 

[철도경제신문=박장식 객원기자] ‘도 경계’를 넘어가도, 바로 옆 동네로 가도 8,400원이 찍힌다. 심하게는 서울로 가는 요금과 생활권이 같은 바로 옆 도시로 가는 가격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새로 생긴 모범택시가 정액제로 ‘프로모션’을 하는 이야기라고? 놀랍게도 KTX 이야기이다.

 

KTX의 요금은 어느 지역에서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라서, 어떤 노선을 이용하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지지만, 유독 최저운임만큼은 ‘심하다’는 이야기가 나올 법도 하다. KTX의 최저운임은 8,400원. 해당 요금 산정 기준은 2005년 처음 등장해 물가 인상 폭에 따른 인상 외에는 큰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8,400원을 받을 법도 하다는 이야기도 나올 수 있지만, 문제는 최저운임의 거리다. 현행 최저운임에 따른 거리 요금은 기존선을 기준으로 최대 80km까지이다. 서울을 기준으로 평택으로 가는 요금과 수원으로 가는 요금이 똑같다는 뜻이다. 최저운임 기준은 왜 이렇게 짜인 것일까.

 


이래놓고 ‘선택권’?


 

▲ 의성역에 도착한 무궁화호에서 내린 승객들. 대다수가 안동을 오가는 노년층 승객들인데, KTX가 개통하면 이 승객들이 제대로 열차를 이용할 수 있을까.  © 박장식 객원기자

 

2004년 당시 KTX의 최저운임은 1만 원이 훌쩍 넘었다. 2005년 이용객의 증대를 위해 당시 새마을호의 최저운임 제도와 맞추어 현재의 최저운임이 책정된 것이다. 당시에는 일반열차의 공급, 특히 통근열차나 무궁화호와 같은 이른바 일반열차의 운행이 충분했기에 KTX와 일반열차 사이의 선택지가 많았다.

 

하지만 KTX가 늘어가는데 일반열차는 점점 수가 줄어가는 상황에 놓였다. 한국철도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KTX 개통 당시인 2004년 당시 KTX의 하루 운행 횟수는 일반열차의 499회에 비해 크게 적은 132회였다. 이 당시에는 KTX와 일반열차 사이에서 시간대를 맞춰 어떤 열차에 탑승할지 선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19년 같은 자료에서의 통계는 크게 다르다. 일반열차의 하루 운행 횟수가 378회로 크게 줄었는데, KTX는 275회, SRT는 120회 운행한다. 특히 2021년 초 KTX가 개통된 중앙선에서는 제천 – 영주 구간의 일반열차 11회가 6회로, 반토막이 나는 일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시민들에게 선택권을 주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당장 단양역에서는 영주 방향으로 가는 무궁화호 한 대를 놓치면 다음 누리로가 올 때까지 8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기존에 2~3시간마다 왔던 무궁화호나 새마을호가 모두 KTX-이음 열차로 대체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을 두고 ‘선택권을 주었다’라고 한다면 이는 지역 주민에 대한 기만이다.

 

더욱이 기존 노선에 대한 고속화 작업이 속속 진행되는 추세인데다, 이러한 노선 중에는 중앙선의 안동 남부 구간, 경북선 전 구간 등 저수요 구간이 몰려 있어 KTX가 개통한다면 일반열차가 고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만도 하다.

 

특히 ‘선택권’조차 없는 노선들도 생겨나고 있다. KTX만이 운행하는 새로운 노선이 개통하면서 주민들이 지역 간을 이동할 때 요금에서의 불이익을 당하는 것이다. 당장 강릉과 원주를 잇는 경강선에는 KTX를 제외한 열차가 다니지 않는데, 이 구간에서의 최저운임도 8,400원으로 고정되어 있다.

 

이로 인해 횡성 둔내에 사는 노인들이 원주로 장을 보러 갈 때, 평창에 사는 사람들이 강릉에 일 보러 갈 때는 KTX 대신 시외버스를 이용하거나 차를 이용하는 형국이다. 철도 노선 개통의 가장 큰 혜택인 ‘지역 연담화’를 경강선 연선 주민들은 전혀 누리지 못하는 것이다.

 


‘장거리 고객 편의’? 단거리 고객은 어떻게 하나


 

▲ 개통 이후 16년동안 최저운임 체계가 바뀌지 않은 KTX.  © 박장식 객원기자

 

그렇다면 왜 KTX 최저운임은 인하되지 못한 걸까. 새마을호의 최저운임이 KTX 개통 이후 17년 동안 크게 인하한 것을 생각하면, KTX는 2005년 이후 16년째 최저운임에 대한 어떠한 개정이 없었다는 것 역시 의아한 점이다.

 

한국철도공사는 전라선은 물론, 중앙선에서 비슷한 문제가 공론화되었을 당시 ‘장거리 승객들의 편의를 위해서’라는 이유를 내놓았다. 단거리 승객이 무궁화호 등 일반열차 대신 KTX를 이용하면, 그만큼 장거리 고객들이 열차를 예매하지 못해 피해를 보고, KTX를 이용하지 못한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이미 단거리 프로모션이 실제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장거리 고객을 위한다’는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한국철도공사는 단거리 구간인 행신역과 서울역, 용산역, 그리고 광명역 구간을 운행하는 KTX 좌석을 5,000원에 판매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는데, 해당 열차표의 예매는 하루 전에 개방되어 장거리 승객의 편의를 해치지 않는다.

 

더욱이, 이런 단거리 승객에 대한 인센티브가 전혀 없다면 지역의 KTX 개통이 환영할 일이 아닌, 서울 등 대도시 방향으로 ‘빨대효과’만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요금 등으로 지방 중소도시의 빨대효과를 억제하는 대신 현재의 최저운임 체계를 고수한다면 중소도시의 고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도시에서 80km 떨어진 지역에 KTX가 개통하는데, 이 도시의 생활권은 보통 무궁화호를 타고 향할 수 있는 25km 거리의 중소도시와 연결되었다고 가정해보자. KTX가 개통하면서 무궁화호의 운행 횟수가 줄어들고 KTX만이 들어왔는데, 대도시로 향하는 요금과 중소도시로 향하는 요금이 같다면 승객들의 선택지는 어디로 향할지 불보듯 뻔하다.

 

이렇게 된다면, 단순히 장거리 승객들의 편의를 위해 지역이 고사할 수 있는 것을 두고 공기업의 책무를 다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국민과 함께하는 철도’에서 지방에 거주하는 가까운 중소도시를 자주 오가는 사람은 빠져있지 않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까.

 

▶ 2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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