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도와 관련된 비사를 꺼내는 <2번 출구> 연재가 진행됩니다. 국내는 물론 해외의 철도와 관련된 과거와 현재의 비사를 통해 미래의 철도 정책 등에서 배울 점 또는 타산지석으로 삼을 점이 있는지 살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

오송 무가선트램 시험선을 달리는 무가선트램 시험차량. (=2023.05.16 촬영) / 박병선 객원기자
오송 무가선트램 시험선을 달리는 무가선트램 시험차량. (=2023.05.16 촬영) / 박병선 객원기자

[철도경제신문=박장식 객원기자] 오는 4ㆍ10 총선을 앞두고 나온 교통 공약들. 지하화니, GTX니 하는 공약들이 이번 총선을 대표하는 공약으로 떠올랐지만, 그래도 그중에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트램', 노면전차와 관련한 공약이다.

긴 기간 동안 총선이며 지선에 이르기까지 '단골 공약'으로 자리를 잡았던 트램 개통 공약. 당장 이번 총선에서도 그간 트램 도입과 관련된 논의가 많았던 경기도 오산ㆍ남양주 지역을 비롯해 충남 천안ㆍ부산 남구ㆍ전북 전주 등 여러 지역에서 '트램을 개통하겠다'는 공약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이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 도입이 완료된 트램 노선은 없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달리고 있는 트램 노선은 '0'이라는 의미다. 서울 위례신도시 지역을 오가는 위례선은 이제 삽을 떠서 공사하고 있고, 울산 수소 트램도 이제야 정부 투자심사를 통과한 상태다.

"경전철ㆍBRT도...'트램'이랑 똑같이 이야기했던 것 같은데?"

트램의 도입과 관련한 공약이 공약집 수록을 놓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트램은 지하철이나 광역철도에 비해 들어가는 공사비가 저렴해서일 것이다. 화석연료를 쓰는 기존의 시내버스보다는 어쨌든 친환경적이고, 특히 울산에서는 수소 트램을 도입한다고 하니 환경을 지키기에도 더욱 좋을 것 같기 때문일 테다.

특히, 위례신도시나 동탄2신도시 등 조성되는 신도시에서 트램을 건설하기 위한 공간을 미리 확보했고, 실제로 위례신도시의 경우 위례선을 그 공간에 착공하여 한창 공사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도 위례처럼 트램과 어우러진 도시를 만들 수 있다'라고 생각하곤 한다.

그런데 똑같은 이야기를 트램은 아니지만, 과거에 다른 곳에서 본 것 같다. 되짚어보자면 '건설비가 저렴하고 지하철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이야기한 경전철이 비슷한 이유로 주목을 받았고, '도로 위를 달리는 지하철'이라는 별칭을 얻은 광역급행버스체계, BRT가 역시 건설비가 저렴하다는 이유로 후보들의 공약집에 자주 오르내리곤 했다.

일본 쿠마모토의 시영전차 모습. 중소규모의 도시인 쿠마모토에서도 '노면전차는 넓은 도로가 있는 곳에 전용 선로를 만든다'는 법칙을 따른다. 쿠마모토 시영전차는 올해로 백 년이 되었다. / 박장식 객원기자.
일본 쿠마모토의 시영전차 모습. 중소규모의 도시인 쿠마모토에서도 '노면전차는 넓은 도로가 있는 곳에 전용 선로를 만든다'는 법칙을 따른다. 쿠마모토 시영전차는 올해로 백 년이 되었다. / 박장식 객원기자.

그런 청사진을 갖고 누군가의 공약에 들었던 경전철, 지금 상태가 그리 좋지 않다. 그 용인경전철은 수요 과다 예측을 보상해야 한다는 논란이 일면서 또 한 번 논란의 한 축에 섰고, 수요를 반대로 너무 적게 예측했던 김포골드라인은 수요 폭발로 인해 오늘도 콩나물시루와 같은 모양새가 되어 위험한 운행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는 실정.

그런 문제가 불거진 이후 경전철은 많은 후보의 공약집에서 빠졌다. 그나마 세종이라는 첫 단추를 잘 끼운 BRT는 공약집서 볼 수 있다. 잘못 추진한 것이 문제이건만, 경전철이라는 시스템에는 죄가 없건만 애꿎은 경전철만 이미지만 나빠진 셈이 되었다. 그렇다면, 그렇게 과다 추진해서 트램이 애물단지가 된다면 그건 또 무슨 죄인가. 정치인이 트램을 너무 사랑한 죄?

"냉정하게 보자. 공약 속 트램이 '버스'보다 나은 면 있나?"

그렇다고 해서 현재 추진되는 트램이 바닥에 선로를 깐다는 '미관상 강점'을 빼고 버스보다 나은 면이 있을까. 애석하게도 특별한 장치가 없으면 그렇지 못하다. 트램을 원활히 운행하기 위해서는 트램이 일반도로와 완전히 분리된 전용선로에서 운행하는 것이 낫고, 되도록 '트랜짓 몰' 등을 조성해 보행 친화적인 도시의 한 부분으로 자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트램과 자동차가 함께 오가는 겸용 도로에서 운행하는 트램은 차로를 바꿀 수도 없다. 자동차로 인해 길이 완전히 막힌다면 어차피 도로 위에 갇히는 신세인 점은 트램도 매한가지인 셈이다. 겨우 2ㆍ4차로 남짓한 좁은 도로 위를 달리겠다는 트램은 버스와 다른 점이 하나도 없는 셈이다. 아니, 되려 버스와 달리 전용 승강장까지 필요하니 더욱 교통의 질을 악화시킨다.

1914년 개통한 일본의 나가사키 전기궤도, 역시 1924년 개통한 일본 쿠마모토 시영전차는 도로 겸용 구간에서 한가운데 전용선로를 최대한 지키고 있다. 100년 전 개통한 노면전차도 '이래야 정시성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아는데, 좁다란 도로에 당당히 트램 선로를 넣겠다는 노선도를 제시하는 공약은 무엇을 위한 것일까.

트램이 친환경적이라는 이야기도 시민이 외면하면 의미가 없다. 차라리 이미 많은 시내버스가 전기버스로 전환된 데다 수소 버스도 시범적으로 도입되는 만큼 친환경적인 면도 어쩌면 트램이 패배할 수 있다. 자칫하면 자동차는 자동차대로 불편하고, 대중교통 이용자도 불편한 이중고를 겪을 테다.

호주 시드니는 도심 트램의 재개통을 위해 시내 도로 하나를 아예 '트램 전용지구'로 진행하는 초강수를 뒀다. 지금의 트램 공약이 이 정도의 처방을 함께할 수 있을까. / 박장식 객원기자
호주 시드니는 도심 트램의 재개통을 위해 시내 도로 하나를 아예 '트램 전용지구'로 진행하는 초강수를 뒀다. 지금의 트램 공약이 이 정도의 처방을 함께할 수 있을까. / 박장식 객원기자

대중교통전용지구ㆍ트램 전용 공간 등 대안 갖춘 공약 나오길...

아직 삽을 뜨지 않았지만, 그리고 아직 개통되지 않았지만, 동탄신도시와 위례신도시의 트램 구상이 벌써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가 있다. 동탄신도시는 이미 도로 완충녹지를 트램을 위한 전용 공간으로 미리 충분히 확보해놨다. 위례신도시는 중심상가에 도로 대신 트램 전용선로를 배치하는 등 대중교통을 중심으로 한 교통 체계를 자연스럽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다른 국가들도 충분한 넓이가 되는 도로에 트램을 개설하거나, 트램만을 위해 미리 준비된 대중교통 전용 구역, 나아가 트램과 도보만이 허용되는 구역을 만든다는 점에서 두 도시는 '외국까지 나가지 않아도 되는 벤치마킹 사례'나 다름없다.

굳이 벤치마킹해야 한다면, 당장 2014년 호주 시드니 도심인 '시티' 지역에서 트램이 부활한 것도 좋은 사례다. 시드니의 경우 도심 구역을 달리는 트램을 기존 자동차와 간섭하지 않는 '트램 전용도로'로 탈바꿈했다. 기존 화물선과 도심이 만나는 지역은 도심 광장으로 거듭났다. 이를 위해 시드니는 트램이 지나게 될 도로를 폐쇄했다.

그렇다면 과연 이번 총선에 나서는 후보들이 선언한 트램 공약을 살펴보자. 그 트램이 좁은 도로를 주행해야 하는 구간이 있는 경우, 운전자와 상인들의 필연적인 반발을 살 대중교통전용지구를 전제하거나 자가용에 대한 패널티를 약속한 상황에서 만들어졌을까.

답은 당연하겠지만 '아니오'가 나올 터. 그래서 다시 한번 "후보님의 공약은 집값을 올리기 위해서입니까, 시민들의 교통 편의를 위해서입니까, 아니면 '공약(空約)'입니까?“라고 묻고 싶다.

다음 총선은 4년 후. 그때 치러지는 총선에서는 '말로만 던지고 보는 공약'이 아닌, 정말 시민들의 철도 교통 편의를 높이는 공약이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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