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화장실 내부 모습. (자료사진, =2023년 1월 26일 촬영) / 철도경제
KTX 화장실 내부 모습. (자료사진, =2023년 1월 26일 촬영) / 철도경제

[철도경제신문=장병극 기자] 앞으로 도입할 시속 300km급 차세대 동력분산식 고속열차(EMU-320)에 선진국에서 사용하는 화장실 오물 처리 기술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지난해 3월 철도차량 제작사와 약 7000억 규모의 EMU-320 136칸(17편성)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SR도 지난해 4월, 사업비만 약 1조 860억 원에 이르는 EMU-320 112칸(14편성) 제작 및 유지보수 계약을 맺었다.

이들 신형 고속차량은 올해 설계를 끝내고, 본격적으로 제작 공정에 들어갈 계획이다.

'KTX-1'엔 순환식 설치...오수 여과ㆍ소독 재사용으론 해결 못해

기지에 입고해 있는 KTX -1 (=자료사진) / 철도경제
기지에 입고해 있는 KTX -1 (=자료사진) / 철도경제

2022년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은 비싼 요금을 내고 타는 KTX 승객 서비스가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 중 하나가 '지저분한 화장실'이었다.

이후 코레일은 화장실 악취와 위생 상태 등을 전반적으로 점검한 후, 열차 구조를 고려해 일부 개선했다. 또 청소 횟수를 늘려 청결하게 유지하고, 악취를 줄일 수 있는 청소ㆍ소독제를 사용하는 등 관리를 강화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열차 운영사가 화장실을 청결하게 유지하기 위해 애쓰더라도, 근본적으로 '악취'와 '비위생'이라는 민원을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이어 "악취를 제거하고, 청결도를 유지하기 위해선, 국내 고속열차에 적용된 화장실 오물 처리장치의 구조 자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 고속열차에 적용된 화장실 오물 처리방식은 두가지다. 

2004년 국내 첫 고속열차 도입 당시 프랑스 기술을 이전받아 제작한 KTX-1은 '순환방식 오물 처리장치'를 적용했다.

이 방식은 중력(수압)을 이용해, 변기에 있는 오물을 차량 하부에 달린 오물탱크로 이동시킨다. 이후 오물탱크에 쌓인 오수를 여과ㆍ소독한 후, 펌프로 변기에 보내 재사용하는 구조다.

여과ㆍ소독을 한다지만, 오물탱크 내 오수를 재활용하기 때문에 악취를 완전히 제거하기엔 역부족이다.

악취를 해결하기 위해선, 진공방식으로 바꿔야 하는데, KTX-1의 급수탱크 용량은 160리터에 불과해, 개조하기 어렵다.

'산천'서 처음 적용한 '진공식' 악취 못잡아...기술력 부족이 주원인

차량기지에 입고된 'KTX-산천'. (=자료사진) / 철도경제
차량기지에 입고된 'KTX-산천'. (=자료사진) / 철도경제

국산화에 성공한 KTX-산천과 SRT 등은 진공방식 오물 처리장치를 적용했다. 하지만 이들 열차에도 악취 관련 민원이 끊이질 않았다.

KTX-산천과 SRT에 적용한 진공식 오물 처리장치는 변기에서 진공(공압)을 이용, 변기 오물을 오물탱크로 이동시킨다. 변기에 물을 공급할 때도 오물탱크의 오수를 재사용하는게 아니라, 따로 급수탱크가 설치돼 있어, 펌프를 사용해 깨끗한 물을 보내게끔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오물탱크와 변기 사이에 중간밸브가 1개 설치돼 있어, 오물탱크에서 올라오는 악취를 완전히 차단하지 못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진공을 형성할 때 오물탱크에서 많은 양의 가스가 배출되고, 사용 대기 상태에서도 탱크 내부에 악취 등 가스가 다량으로 발생한다"며 "진공 관련한 부품이나 장치에 고장이 나면, 오물탱크 전체를 수리하기 때문에, 열차가 운행에 제한을 받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운영사 입장에선 악취 민원을 해결하지도 못했고, 열차 운행 효율성이 떨어질뿐 아니라, 유지ㆍ관리 비용만 늘어난 꼴이 됐다"며 "국내기업서 핵심 기술력이 부족했던 탓"이라고 주장했다.

2021년 첫 영업운행을 시작한 최신 고속열차인 'KTX-이음'에도 이 오물처리장치를 적용했다.

해외선 '중간탱크 진공식'이 대세...시장 점유율 70% 달해

철도차량 오물처리장치 비교. KTX-1은 순환방식을, KTTX-산천과 SRT는 진공방식을 적용했다. 해외에선 '중간탱크진공방식 오물처리장치'를 적용하고 있다. / 철도경제
철도차량 오물처리장치 비교. KTX-1은 순환방식을, KTTX-산천과 SRT는 진공방식을 적용했다. 해외에선 '중간탱크진공방식 오물처리장치'를 적용하고 있다. / 철도경제

해외에선 '중간탱크 진공방식 오물 처리장치'를 적용하는 추세다.

이 장치는 변기와 오물탱크 사이에 '중간밸브1-중간탱크-중간밸브2'로 구성된 장치가 추가로 설치돼 있다. 오물탱크에 진공기가 연결된 국내 장치와 달리, 중간탱크에 진공기가 달려 있다.

이 장치는 진공을 형성할 때 오물 등 내용물이 없는 중간탱크에서 적은 양의 가스만 배출한다. 또 오물탱크와 변기 사이에 중간밸브가 2개나 있어, 악취를 차단한다.

해외 철도차량 화장실 오물처리 장치를 관심있게 본 A사 관계자는 "봄바르디어, 알스톰, 지멘스, SNCF 등 유럽 철도차량 제작사나 운영사 등에서 이러한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며 "밸브 등 전체적으로 오물처리 기술력이 우수해 악취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간탱크 진공방식 오물처리장치는 현재 전세계 철도차량 화장실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지난해 코레일ㆍSR에서 신규 발주한 EMU-320에도 이 장치를 적용하면, 악취나 비위생 등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오물탱크 6개월에 한 번 처리하는 친환경 기술...열차 가용률 높여

호남고속선에서 시운전 중인 EMU-320 열차. (=2023.02.08. 촬영, 자료사진) / 철도경제
호남고속선에서 시운전 중인 EMU-320 열차. (=2023.02.08. 촬영, 자료사진) / 철도경제

최근엔 '중간탱크 진공방식'을 쓰면서, 친환경성을 강조한 기술까지 등장했다.

A사 관계자는 "오물을 깨끗한 상태로 바꿔 오랫동안 탱크에 보관하고, 차량 운행 중 오수까지 정화해 바로 배출할 수 있는 시스템도 있다"고 말했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오물 보관 탱크를 자주 비워줄 필요가 없다. 최소 1개월에서 최대 6개월에 한번씩 처리하면 된다.

운영사 입장에선 차량을 기지로 입고시켜, 오물탱크를 수시로 처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크게 줄어든다. 기지에 드나들지 않고, 열차를 한번이라도 더 영업운행에 투입시킬 수 있다.

문제는 가격이다. '친환경 중간탱크 진공방식 오물처리장치'는 국내에서 쓰는 기존 진공방식 장치보다 약 2배 가량 비싸다.

A사 관계자는 "해외에선 화장실 변기에서 발생하는 악취를 완전히 잡으면서, 오물 처리 주기를 늘려, 열차 가용률을 높일 수 있는 친환경 오물처리 시스템이 상용화되고 있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볼때, 열차 운행 효율성을 높이면서 승객 서비스의 질도 끌어 올릴 수 있도록, 최신 오물처리장치 적용을 검토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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