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전 12시 52분경, 1호선(경인선) 인천역에서 신형 전동차 2대의 하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확인 결과 K223호 1ㆍ10번 객차 하부에 달린 필터저항기(Filter Resister) 2기와 K225호 10번째 객차 하부 필터저항기 1기가 일부 소손됐다. 이 장치는 전기의 고조파나 이상ㆍ충격전압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 사진=전국철도노동조합 홈페이지(주간브리핑 3월 2호) 갈무리
지난 13일 오전 12시 52분경, 1호선(경인선) 인천역에서 신형 전동차 2대의 하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확인 결과 K223호 1ㆍ10번 객차 하부에 달린 필터저항기(Filter Resister) 2기와 K225호 10번째 객차 하부 필터저항기 1기가 일부 소손됐다. 이 장치는 전기의 고조파나 이상ㆍ충격전압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 사진=전국철도노동조합 홈페이지(주간브리핑 3월 2호) 갈무리

[철도경제신문=장병극 기자] 잇따라 발생한 수도권 전동차 전기장치 화재ㆍ고장을 두고, 일각에서 차량뿐만 아니라 전력 공급 설비도 손을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달 16일 전력 공급 장애로 8일동안 전동차 운행을 멈췄던 경원선(1호선) 동두천-연천 구간에서 전력 공급 설비를 일부 보완했더니, 이전보다 전력 품질이 개선되면서다.

이 때문에 최근 전동차 고장이 잦았던 경인선ㆍ수인분당선 등 구간에서도 전력 공급 설비를 일부 개선하면, 유사 장애ㆍ사고 발생률이 줄어들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관련 기사 참조)

27일 <철도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기존에 단독급전 방식을 유지한 의정부-동두천 구간, 그리고 병렬급전 방식으로 바꾸고 'R(저항)-C(콘덴서) 뱅크'를 추가로 설치한 동두천-연천 구간을 서로 비교했더니, 전력 품질에서 차이가 났다.

지난 12일경 의정부-동두천-연천 구간에서 전동차를 시운전한 결과, 설비를 보완한 동두천-연천 구간에선 가선전압최대치ㆍ실효전압측정치ㆍ고조파왜형률(THD) 등이 정상 범주 이내로 측정됐다. 하지만 기존 설비를 유지한 의정부-동두천 구간은 여전히 전력 품질이 좋지 않았다.

가선전압 최대치는 4만 1900볼트(V) 이내, 실효전압은 1만 9500V~2만 7500V, THD는 8% 이내를 정상범위로 본다.

지난 12일 경원선(1호선) 의정부-연천 구간 전력 품질 측정결과. 단독급전을 유지한 구간보다 병렬급전으로 바꾼 구간이 상대적으로 전력 품질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 자료=독자 제공
지난 12일 경원선(1호선) 의정부-연천 구간 전력 품질 측정결과. 단독급전을 유지한 구간보다 병렬급전으로 바꾼 구간이 상대적으로 전력 품질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 자료=독자 제공

이문-회룡에선 전력 품질 측정 결과가 비교적 정상 범주였는데, 시운전 전동차가 의정부에 들어서자 전압 최대치가 5만 9400V, 덕계에선 6만 3700V로 치솟았다. 실효전압 측정치는 의정부가 2만 9600V, 덕계가 3만 2000V였다. THD도 덕계에서 최대 56%로 측정됐다. 

그러다가 전력 공급 설비를 일부 보완한 동두천으로 넘어오자 다시 전력 품질이 안정세로 접어들었다. 

동두천에선 가선전압최대치가 4만 2500V, 연천에선 4만 2600V 수준이었다. 실효전압측정치는 동두천 2만 7800V, 연천 2만 8000V였다. THD는 동두천 1.1%, 연천 4.64%로 떨어졌다. 

여기서 병렬급전은 변전소 내부의 변압기 2대를 모두 가동한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변전소에 변압기를 2대 설치하는데, 1대는 예비(비상)용이고 보통 1대만 가동하게 된다"고 했다.

이어 "변압기 1대 당 가동률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면, 전력 품질이 떨어지게 된다"며 "2대를 동시에 사용하면, 1대 당 가동률을 낮춰서 안정화시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R-C뱅크는 변전소 등 전력 공급 설비에서 전차선로로 전기를 내보내기 직전(말단부)에 설치하는 장치다. 이상 전압을 잡아주고 고조파를 낮춰 전력 품질을 안정화시킬 수 있다.

평택변전소 내부 단권변압기와 진단예방시스템. (=자료사진, 본 기사와 무관함.) / 철도경제
평택변전소 내부 단권변압기와 진단예방시스템. (=자료사진, 본 기사와 무관함.) / 철도경제

업계 일각에선 최근 경인선과 수인분당선도 경원선처럼 비슷한 방식으로 전력 공급설비 일부를 개선하면, 과전압 등으로 인한 전동차 고장ㆍ장애를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한 차량업계 관계자는 "13일 새벽에 경인선에서 A사가 제작한 전동차 3대의 하부 전기장치에서 화재가 난 후, 경인선 제물포-도원-인천 구간 전력 품질을 측정한 결과, 과전압이 공급되고 THD도 매우 높게 나왔다"며 "같은 변전소에서 전력을 공급받는 수인분당선에서도 B사가 제작한 전동차 하부 전기장치 일부가 소손되는 사고가 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원선 동두천-연천 구간에서 단독급전 방식을 병렬급전 방식으로 바꾸고, R-C뱅크를 추가로 설치했더니 전력 품질이 안정화된 것으로 나타난 만큼, 경인선ㆍ수인분당선 등 다른 구간에도 이런 시도를 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난달 18일 오후 백원국 국토부 2차관이 전력공급 장애로 열차운행이 중단된 경원선 연천역 인근 현장을 찾아 점검하고 있는 모습. / 사진=국토부
지난달 18일 오후 백원국 국토부 2차관이 전력공급 장애로 열차운행이 중단된 경원선 연천역 인근 현장을 찾아 점검하고 있는 모습. / 사진=국토부

일부 전문가 사이에선 "교류전원을 쓰는 전기철도시스템 전체 '틀'에서 경원선 전력 공급 장애나 1호선 전동차 고장 등이 일어나는 원인을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전기철도 차량에 장착된 견인전동기에서 품질이 매우 좋지 않은 전기가 생성되는데, 주변 차량과 전력 공급 설비에도 모두 영향을 미친다"며 "열차가 조밀하게 운행하는 구간, 경사구간, 가속구간 등 전동기 출력이 높아지는 곳에서 전력 품질이 불안정해지는 현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8200호대 전기기관차가 처음 운행을 시작할 때 전력 품질이 불안정해지는 현상이 상당히 심했었다"며 "최근에 개통을 앞둔 한 철도노선에서도 전력 품질이 불안정해지는 현상이 있어, R-C뱅크를 추가로 설치하는 등 개선작업을 한 것으로 안다"고 귀뜸했다.

또 "과거와 달리 여러 제작사에서 만든 전기철도 차량이 다니고 있는데, 여기에 사용하는 전기계통 차량부품도 제작사와 차종별로 조금씩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기철도 차량과 전력 공급 설비는 하나로 연결돼 있다며 "무조건 차량만 탓할게 아니라, 시설(전기)부분에서 과전압과 같은 '현상'을 잡아줄 수 있는 개선안을 찾고, 정보도 공유하는 등 차량-전기분야가 서로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철도노조가 19일 오전 11시, 서울역 대합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도권 전동차 화재ㆍ고장 등 사고와 관련, 안전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 사진=연합뉴스
철도노조가 19일 오전 11시, 서울역 대합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도권 전동차 화재ㆍ고장 등 사고와 관련, 안전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 사진=연합뉴스

한편, 철도노조는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수도권 전동차 화재ㆍ고장과 관련, 안전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관련기사 참조)

노조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일부터 18일까지 10일 동안 25건의 전동차 고장이 발생했다. 이 중 신형 전동차의 보조전원장치(SIV) 관련 부품에서 화재ㆍ고장이 났거나, 주변환장치에서 고장을 일으킨 사례가 20건이다.

이에 대해 코레일은 "이상전압으로 SIV 내부의 퓨즈 소손이 발생했기 때문으로, 안전측 동작(Fail-Safe)의 일환"이라며 "국내ㆍ해외 철도 모두 교류전원 방식을 쓸 때 '순간적인 이상전압'이 발생하고 있어 이를 해소하기 위한 해외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신규 도입차량과 기존 시설 간 인터페이스 불일치에 의한 일부 문제도 단계적으로 개선하는 과정에 있다"며 "1호선 전동차 고장ㆍ장애 등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코레일-차량제작사-전문가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근본 원인을 조사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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