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고속선 익산북연결선분기~용동IEC를 지나는 EMU-320 중련 시운전열차. (=2023.08.17 촬영) / 박병선 객원기자
호남고속선 익산북연결선분기~용동IEC를 지나는 EMU-320 복합연결(중련) 시운전열차. (=2023.08.17 촬영) / 박병선 객원기자

[철도경제신문=장병극 기자] 현대로템이 제작한 시속 320km급 신형 동력분산식 고속열차(EMU-320)가 이르면 상반기 내에 영업운행에 들어간다. 코레일은 이 열차의 공식 명칭을 내달 1일에 공개할 예정이다. 

11일 코레일에 따르면 EMU-320 2개 편성이 성능 검증을 위한 시험 운전을 마치고, 코레일이 인수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인수 검사가 끝나면 영업 시운전을 한 후, 한국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철도안전관리체계 변경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과정까지 끝나면, 영업 운행에 투입하기 전 모든 절차를 마무리짓게 된다.

어느 노선에 몇 회 투입할 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코레일 관계자는 "상반기 내에 영업운행에 투입할 예정인데, 투입 노선과 운행 횟수 등 세부계획을 수립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EMU-320은 지난 2022년 9월 27일 현대로템 창원공장에서 초도편성 출고식을 가졌다. 지난 2016년 12월 코레일과 공급 계약을 맺은 후 약 6년 만이었다. 지난해에는 경부고속ㆍ호남고속ㆍ경강선 등 본선에서 18만km 이상 시운전을 하며 성능을 검증했다.

이 차량의 설계 최고속도는 시속 352km, 운행속도는 시속 320km다. 8칸 1편성 단위로, 좌석수는 515석이다. 기존 KTX-산천 대비 좌석수가 약 25% 늘었다. 복합(중련)열차로 운행하면, 좌석수는 최대 1030석이 된다.

EMU-320 객실(우등실) 내부 모습. / 철도경제
EMU-320 객실(우등실) 내부 모습. / 철도경제

EMU-320은 지난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약 10년 간 수행한 '동력분산식 고속열차 국책개발사업'의 결실이다. 연구개발 당시 최고속도 시속 430km급 시제차량인 'HEMU-430X'를 기반으로 제작한 두번째 양산형 모델이다.

첫번째 모델이 KTX-이음(EMU-260)이다. 이 열차는 설계 최고속도 시속 286km, 운행속도 시속 260km다. 지난 2021년 1월, 5개 편성(6칸 1편성)이 중앙선과 중부내륙선 등에 투입돼 첫 영업운행에 들어갔다. 같은해 8월부터는 14개 편성이 추가 도입돼 강릉선 등에서 운행 중이다.

전국에서 간선철도 개량ㆍ신설사업이 추진되면서 시속 200km 이상급 고속화 선로가 늘고 있다. 이에 맞춰  코레일은 KTX-이음과 EMU-320 등 신형 동력분산식 고속열차 도입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코레일은 오는 2026년까지 KTX-이음 14개 편성을 더 도입할 예정이다. 올해에는 춘천-속초선과 강릉-부전 간 동해선에 투입할 KTX-이음 13개 편성을 발주하겠단 계획도 내놨다.

EMU-320이 강릉선 고속선로에 진입한 후 터널을 통과하고 있는 모습. 열차 뒷쪽 운전실에서 촬영했다. / 철도경제
EMU-320이 강릉선 고속선로에 진입한 후 터널을 통과하고 있는 모습. 열차 뒷쪽 운전실에서 촬영했다. (=2023년 6월) / 철도경제

KTX-이음보다 시속 60km가 빠른 EMU-320 도입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코레일은 EMU-320 17개 편성(136칸) 신규 제작 사업을 발주했고, 현대로템이 제작사로 선정됐다.

오는 2028년까지 총 19개 편성을 순차적으로 도입해, 영업운행에 투입하겠단 목표다. 코레일은 남부내륙철도 등에 투입할 EMU-320 13개 편성(104칸)을 오는 2026년 이후 추가 발주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만성적인 공급 좌석 부족 현상에 시달리고 있는 SR도 지난해 EMU-320 14개 편성(112칸) 제작ㆍ정비사업을 발주했다.

오송-평택 2복선화 사업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맞춰, 선로 용량이 확보될 것으로 예상되는 오는 2027년경부터 본격적으로 영업운행에 투입하겠단 구상이다.

호남고속선 공주-용동IEC. 공주로 향하는 EMU-320 시운전 열차. (=2023.02.08. 촬영) / 박병선 객원기자
호남고속선 공주-용동IEC. 공주로 향하는 EMU-320 시운전 열차. (=2023.02.08. 촬영) / 박병선 객원기자

EMU-320은 도입한지 20년이 넘기 시작한 KTX(동력집중식 고속열차)를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고속열차로도 주목받고 있다.

동력분산식 열차는 동력집중식 열차보다 가ㆍ감속 성능이 뛰어나다. 정차역 간 거리가 짦으면서, 곡선이 많은 국내 열차 운행 환경에 유리하다.

또 동력장치 등 무거운 부품들이 차량 하부에 분산 배치돼 있어, 궤도에 가하는 하중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동력집중식 열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설물 유지ㆍ관리 비용이 적게 든다.

KTX-이음에 이어 EMU-320이 영업운행에 투입되면, 현대로템은 시속 300km급 이상 동력분산식 고속열차 영업운행 실적까지 갖게 된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EMU-320은 설계ㆍ엔지니어링ㆍ디자인 등에서 100% 기술자립화를 이뤘다"며 "견인전동기ㆍ주전력 변환장치ㆍ보조전환장치ㆍ브레이크 등 핵심장치를 비롯, 열차 부품 국산화율을 90%까지 끌어올려, 국내에서 쉽게 부품을 조달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코레일은 지난 1월 19일부터 28일까지 신형 고속열차인 EMU-320의 이름을 공모했다.

2004년 4월 1일부터 첫 운행한 300km/h급 동력집중식 고속열차를 'KTX'로 명명한 이후 KTX-산천(300km/h급 한국형 동력집중식 고속열차), KTX-이음(260km/h급 한국형 동력분산식 고속열차) 등 새로운 KTX가 나올 때마다 이름을 지었다. 누리로나 ITX-새마을ㆍ청춘ㆍ마음과 같이 일반열차들도 새로운 모델이 나올 때 열차 이름을 정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이번에 새로 선보이는 신형 고속열차(EMU-320)의 이름을 확정지어, KTX 개통 20주년을 맞는 내달 1일 '명명식'을 열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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