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일은 우리나라에서 고속철도가 개통한지 20주년이 되는 날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고속철도를 운영하는 4번째 국가로 이름을 올렸고, 전국이 2시간대 생활권으로 연결됐다. 무엇보다 고속철도 개통을 계기로 한국의 철도 기술과 운영 수준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이를 기념하고자 특집으로 고속철도 건설 준비부터 현재까지를 되짚어본다. (편집자주)


① TGV 탑승과 고속철도 건설계획

② 세계의 고속철도 (1)

③ 세계의 고속철도 (2)

④ TGV 차량 선정과 기술도입 일화

⑤ 고속철도 건설ㆍ운영의 주역들

⑥ 부실시공 논란 끝 단계별 개통

⑦ 1단계 개통 2단계 건설

⑧ 전 국토의 고속철도 시대


[철도경제신문=반극동 대전·세종 본부장] 경부고속선은 인구가 많은 경부선축을 기준으로 건설되었다. 서울, 용산역을 비롯한 대전, 동대구 부산역을 그대로 개량하였다. 그 역 간은 신선을 신설해 연결한 노선이다. 1992년 12월에 착공하여 2004년 4월 1일에 1차로 개통하여 KTX의 운행을 시작했다. 그 후 2010년 11월 1일 동대구~부산 구간의 2차 개통이 이루어졌으며, 2015년 8월 1일 대전, 대구 도심구간을 전용선으로 신설해 완전하게 고속선으로 운영하게 됐다. 제13대 노태우 대통령 임기 중인 1992년에 착공하여 총사업비 5조 8천여억 원을 투입해, 1998년 말에 완공하려고 계획했다. 이듬해인 1993년에 세부 기본조사 끝에 사업비가 2배 가량인 10조 7400억 원으로 재산정되었고 개통 시기도 2001년으로 늦춰졌다. 1997년에 불어닥친 외환위기 등과 겹쳐 계획이 사업이 어려워졌으나, 2002년 한일 월드컵까지 개통하려고 수정했다. 그러나 또 다시 미뤄지면서 2004년 4월 1일에야 1차 개통을 할 수 있었다. 

철도 선진국의 고속철도 기술을 도입해 국산화하기로 함에 따라 국제 입찰에 붙여 독일의 ICE, 프랑스 TGV, 일본 신칸센이 입찰에 참여하여 경쟁했다. 기술 협상이 난항을 겪는 사이 차량이 선정되지 못한 채 1992년 천안(현재의 천안아산역)과 대전을 잇는 시험선 구간을 착공했다. 1993년 8월 프랑스 알스톰사의 TGV가 최종 선정되었다. 건설교통부는 1993년 6월 전국적인 지가 상승과 예산 조달 문제로 서울, 대전, 동대구역의 지하역 계획을 전부 취소하였고, 서울~수색, 서울~안양 구간의 지하 건설 계획을 지상화로 변경했다. 경기도 안양시 석수동에 고속철도 남서울역을 신설하는 계획으로 변경하게 된다. 이렇게 하여 광명역이 생기게 된 것이다. 1994년 1월 지상화로 1조 4300억 원이 절감된다고 한 것은 잘못되었다고 했고, 논란 끝에 1995년 4월 25일 대전, 대구 도심구간을 다시 지하화로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후 경부고속철도 사업비의 급증과 철도 교량 및 터널 안전성 시비가 일어났으며, 공사 기간도 늘어났다.

1995년에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에 있는 상리터널 건설 중에 폐광된 삼보광산의 갱도가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이 터널의 붕괴위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굴착을 강행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1996년 하반기에 공사가 중단되었고 1997년 3월 원래 선로에서 동쪽으로 최대 500m 정도 이동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처음 건설하는 고속철도 교량의 상판 설계도 표준화되지 않아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공단은 1997년 2월까지 교량 상판을 표준설계대로 재설계하여 세트로 제작ㆍ설치하였다. 1997년 12월에는 시험선 구간에 있는 시목1교(SK건설)와 노장교(성지건설)가 건설교통부 점검 결과 안정성을 이유로 철거 후 재시공되기도 하였다. 이에 철도건설공단은 1996년 미국 WJE사에 안전 점검을 의뢰하였고 점검 결과는 1012개소 중 부분 재시공 39개소, 보수 필요 190개소, 현지 시정 200개로 나타났다. 그 외에도 고속선 건설 시행착오로 공사는 계속 지연되어 1996년에는 동대구~부산 구간은 기존 경부선을 전철화해 2002년 한일 월드컵 대회 전까지 서울~부산 전 구간을 운행한다는 목표로 계획이 변경됐다.

경주 근처 노선 일부 변경 등으로 사업비는 계속 불어나다가 결국 외환위기로 사업이 일시 중지되었다. 1998년 7월 총사업비 18조 4358억 원을 들여 1ㆍ2단계로 구분해 단계별로 건설하는 것으로 기본 계획이 변경 확정되었다. 1단계로 12조 7377억 원을 들여 서울~대구 구간은 대구ㆍ대전 도심은 기존선을 활용하고, 나머지 구간에 고속철도 전용선로를 신설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된 것이다. 2단계로 5조 6981억 원을 추가로 들여 동대구~울산~부산을 잇는 구간과 대전ㆍ대구 도심구간을 신선으로 건설하여 완전 개통한다는 것이었다. 1999년 10월 30일, 시험선 구간에 해당하는 충남 연기군 고등터널~충북 청원군 시목교 간 34.4㎞가 완공되어 12월 16일부터 고속선 시운전을 처음으로 시작했다. 2000년 11월 13일 천안~대전 간 57.2㎞의 시험선 구간이 전체 완공되어 시운전 구간을 계속 늘려갔다. 1999년 당시 공정률도 44.3%, 2001년 79.1%를 달성해 사업 진척도가 늘어났고, 마침내 2003년 5월 30일 대전~대구 구간 신선 건설을 완료했다. 7월부터 이 구간에도 시운전을 시작했다. 이에 맞춰 서울, 용산역, 대전역, 동대구역, 부산역이 개량되었고 동대구~부산간 기존선 선형 개량 및 전철화 공사까지 완료되어 1단계 공사가 최종 마무리되었다.

2004년 1월부터는 영업 시운전을 진행하였고, 3월에는 개통 전 대국민을 대상으로 시승 행사를 진행하였다. 2004년 3월 30일 개통식을 갖고, 4월 1일 5시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운행속도는 고속철도 구간에서 평균 시속 250km, 최고 시속 300km, 기존선에서는 최고 시속 150㎞로 운행하였다. 이때 서울~부산 무정차는 2시간 34분이 소요됐는데 정차역에 따라 3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당시 운행 역은 서울, 광명역, 천안아산역, 대전역, 동대구역, 밀양역, 구포역, 부산역이었다. 그 후 지역의 요구로 오송역, 김천(구미)역이 추가되었고, 2단계 때 건설한 신경주역과 함께 울산역도 추가되었다.

2단계 사업은 2002년 6월에 조기 착공하여 2008년까지 계획하였으나 민원과 환경단체의 반발 등으로 2010년까지 미뤄졌다. 경주시는 문화재 보존을 위해 전 구간을 지하로 건설하자는 방안이 제기되기도 하였으며, 울산~부산 구간에서는 양산시 원효터널 구간에 대해 천성산의 도롱뇽 서식지를 파괴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3차례나 공사가 중지되기도 했다. 부산시 금정터널 또한 금정산 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민들의 우려 및 반대로 공사가 지연되기도 했다. 대전, 대구 도심 통과구간은 이런저런 사유로 2009년 3월에 착공하였다. 2단계 사업은 당초 5조 6981억 원으로 예상하였으나 대전, 대구 도심구간의 착공이 늦어져 총사업비 8조 2368억 원이 소요되었다. 1ㆍ2단계를 합친 최종 사업비는 20조 9745억 원이었다.

2010년 11월 1일에 정식 개통되면서 동대구역에서 부산진역까지 고속선이 신설되었다. 2024년 3월 현재 이 구간 개통으로 인해 서울-부산 평균 운행 시간은 2시간 40분대로 과거 1단계 구간 개통 당시보다 10여 분 정도 단축되었다. 서울~부산 간 직통 열차와 대전, 동대구만 정차하는 열차가 각각 최단 2시간 10분대와 20분대로 운행한다. 동대구역과 부산역 사이에 신경주역과 울산역이 들어섰다. 이 구간은 60% 이상이 터널과 교량인데, 당시 우리나라 최장터널인 금정터널(20km)과 원효터널(13km)이 생겨났다. 지금은 수서평택고속선의 율현터널(50㎞)과 강릉선에 대관령터널(21.7㎞)이다. 

한편, 2004년 4월 1일에 호남선 대전조차장~목포까지도 기존선을 전철화하여 호남선에도 KTX를 운행하기 시작했다. 호남선 서대전∼목포 간 250.6km는 경부선에 고속열차가 운행되는 시점에 맞추어, 호남선에도 고속열차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지역 간 형평성 제고 및 지역균형개발을 도모하였다. 또 경부선과 호남선 간 일관수송체계를 구축하여 연계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철도의 운영 효율을 향상하고, 전체 철도 네트워크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목적으로 추진되었다. 이 사업은 당초 1조 2000억 원으로 계획했으나, 8800억 원으로 준공되었다. 이 사업을 위해 철도청에 전철건설사업소를 2002년 1월 1일 신설했고, 같은 해 7월 31일에 사업을 착공했다. 2여 년만의 단기간에 사업을 진행하면서, 경부고속철도 개통 시기인 2004년 4월 1일에 이 구간도 동시에 개통할 수 있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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